트럼프-워시 연준 의장 '거듭 통화' 보도…공개 일정표엔 그 전화가 없다

기사등록 2026/08/20 16:37:43

상원 은행위 민주당 의원들 "접촉 없었다 확인하거나 일정표 고쳐라"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신임 의장 취임식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6.05.23.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4명이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촉 사실과 대화 내용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워시 의장이 지난 5월 취임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공개 일정표에는 관련 기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 시간)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이 주도하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은행위원회 민주당 간사 등 4명이 서명한 서한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의원들은 워시 의장에게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한 적이 없다고 서면으로 확인하거나, 접촉했다면 공개 일정표를 수정해 그 사실을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통화 내용도 공개하고, WSJ 보도가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통화 사실과 내용을 밝히지 않은 이유도 설명하라고 했다.

이들은 공개가 필요한 이유로 연준 독립성을 들었다. 대통령과 연준 의장의 잦은 비공개 대화는 “백악관이 통화정책을 좌우하고 있다는 인식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준이 백악관으로부터 독립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려면 접촉 사실과 내용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공개한 워시 의장의 5월22일부터 6월30일까지 일정표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가 기록돼 있지 않다. 의원들은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직무대행과 법률고문 등 백악관 경제 참모들과의 면담 일정은 기록돼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연준 대변인은 예정된 행사와 회의를 월별 일정표에 싣는 기존 관행은 바뀌지 않았으며, 일정표는 한 달가량 뒤 공개된다고 설명했다.

워시 의장은 공개 석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지난 6월 의장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같은 질문에 “그 문제에 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고, 지난달15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도 직접 답하지 않았다.

워시 의장의 전임자인 제롬 파월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시작·종료 시각을 분 단위로 일정표에 기록했다. 2019년과 2025년 트럼프 대통령과 세 차례 만났을 때는 회동 사실을 곧바로 공개했다.

[워싱턴=AP/뉴시스]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지난 9월28일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2021.11.22.
백악관은 통화 보도가 나온 뒤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결정과 관련해 워시 의장을 압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7일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매우 가까운 사이로, 경제에 관해 자주 대화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뒤인 10일 WSJ의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며 워시 의장과 “며칠 전 한 번 잠깐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대통령은 연준 의장 후보를 지명하고 상원이 이를 인준한다. 그러나 기준금리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결정한다.

대통령과 연준 의장이 직접 대화한 전례는 있다. 1960년대에는 이런 접촉이 흔했다. 그러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아서 번스 당시 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한 뒤 미국이 1970년대 고물가를 겪으면서 대통령과 연준 의장의 직접 소통은 줄었다. 1980년대부터 백악관과 연준 간 소통은 주로 재무장관을 거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독립성을 두고 시기마다 상반된 발언을 했다. 지난해 12월 WSJ 인터뷰에서는 연준 의장이 금리 수준에 관해 자신과 상의하기를 원한다며 “나도 현명한 의견을 낼 수 있으니 내 말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 6개월 뒤 워시 의장 취임식에서는 “케빈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일하기를 바란다”며 “나나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자기 판단대로 훌륭히 해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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