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시범운항 22일 출항…수에즈 대체 가능성 시험

기사등록 2026/08/20 18:00:00

팬스타라인닷컴 '팬스타 아크로호' 출항 예정

부산서 북극 거쳐 유럽 간다…1만3000㎞ 여정

화학제품·중고차 등 수출화물 837TEU 적재

해수부 "상업성 첫 걸음…안전·국제규범 준수"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투입되는 팬스타그룹의 '팬스타 아크로호(2800TEU급)'가 19일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오는 22일 부산신항에서 출항해 북극해를 지나 영국 펠릭스토,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에 기항한 뒤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항로로 40~45일간 운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6.08.19. yulnet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국적 컨테이너선이 처음으로 북극항로를 거쳐 유럽으로 향한다. 국내 선사가 북극항로 운항을 재개하는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며, 컨테이너선의 운항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수호 해양수산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20일 부산 해수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해수부는 시범운항 선사, 관계기관 등과 함께 시범운항에 필요한 제반 준비를 완료했다"며 "시범운항 선박이 22일 부산신항을 출항해 북동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운항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북극항로 개척은 이재명 정부가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 건설'을 국정과제로 제시하며 추진해온 사업이다. 해수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8~9월께 출항을 목표로 컨테이너선 북동항로 시범운항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시범운항에 투입되는 선박은 국내해운선사인 팬스타라인닷컴의 '팬스타 아크로호'(Panstar Acro)이다. 2758TEU급 컨테이너선으로, 극지 환경에서 운항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운항 일정은 오는 22일 부산신항 3부두를 떠나 다음 달 9일 영국 펠릭스토우항, 1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15일 폴란드 그단스크항을 기항한 뒤 다시 북동항로로 돌아오는 왕복 일정이다. 출발지인 부산신항으로의 귀항 시점은 10월5일 예정이다.

시범운항은 부산항에서 로테르담항까지 약 1만3000㎞의 여정으로, 북극해 약 6400㎞를 통과해야 한다. 북극해역에는 30일경 진입해 8일간 통항한 끝에  9월7일경 통과할 예정이다. 다만 북극해 기상 여건에 따라 실제 항로와 일정은 바뀔 수 있다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북극항로 시범운항 주요 운항 경로. (그래픽=해양수산부 제공) 2026.08.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선적 화물은 85개 화주사의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부품 등 수출화물 737TEU와 공(空)컨테이너 100개를 더해 총 837TEU 규모다.

시범운항 준비는 지난 5월15일 한국해운협회와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공모를 거쳐 팬스타라인닷컴을 선사로 선정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선사는 관계기관과 함께 선박·화물 확보, 선원 구성, 보험 가입, 비상대응체계 마련 등을 준비해왔다.

이 본부장은 "주요 관련국에 북동항로 시범운항의 목적과 필요성, 운항계획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관련 규범 준수를 위해 필요한 협의도 완료했다"며 "실제 선박 운항에 필요한 행정절차도 관련기관과 협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안전운항 대책도 마련했다. 승선하는 선장과 항해사 6명은 모두 극지 해역 전문교육을 이수했다. 특히 북극해 운항 경력이 있는 국내 유일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항해사가 1등항해사로 함께 승선해 안전운항을 지원한다.

아울러 한국해운협회와 한국선장포럼은 극지 해역 안전 운항 방법을 담은 '극지해역 운항매뉴얼'을 만들어 선사에 전달했다. 운항 중에는 저궤도 위성 통신망으로 24시간 상시 연락 체계를 유지한다.

북동항로를 이용하면 부산항에서 로테르담항까지 운항거리는 약 1만3000㎞로 기존 수에즈운하 항로보다 약 7000㎞ 짧아진다.

해수부는 이번 운항에서 기존 항로와 비교한 운항거리와 소요기간, 연료소모량, 운항비용을 분석해 경제성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북극항로와 기존 항로 비교. (그래픽=해양수산부 제공) 2026.08.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와 함께 화물 확보와 운항 정시성, 보험·금융 비용도 따져 정기노선 구축에 필요한 화물 특성과 운항 조건, 정책지원 사항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북극항로 운항백서'도 만들어 극지 해기사 교육과 선박 기술개발, 선사 지원정책 수립에 활용한다.

해수부는 북미 동안을 잇는 북서항로 개척도 병행한다. 울산항에서 캐나다 퀘백항까지 북서항로 운항거리는 약 1만3500㎞로 파나마운하 경유 항로보다 약 7500㎞ 단축된다. 현재 해외 선사들이 이 항로로 펄프와 광물류 등을 실어 나르고 있어 항로가 활성화되면 주요 원자재의 대체 수송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해수부 설명이다.

해양진흥공사와 울산항만공사는 지난 5일 북극해 운항 경험이 풍부한 네덜란드 해운기업 로열 바겐보그와 양해각서를 맺고 극지 항행 정보·경험 공유, 화물 수요 발굴에 협력하기로 했다. 해수부도 9월 중 캐나다 교통부와 운항 안전, 항행정보 공유, 인프라 협력 등 실무 논의에 착수한다.

이 본부장은 "이번 시범운항은 북극항로의 상업·기술·환경적 가능성을 실제 선박과 화물을 통해 시험하는 첫걸음"이라며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기반으로 국제규범을 철저히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동항로뿐 아니라 북서항로를 함께 검토하면서 수출입 물류의 99.7%를 수송하는 우리나라 해상 물류망의 선택지를 넓히고, 조선·항만·물류 등 연관 산업이 미래 북극항로 시장에 대비할 기반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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