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제청' 논란에 현직 법관들도 다양한 의견
"대법관 공백 길어져…국민 위해 규정대로 제청"
"모양새 갖췄으면…양측 갈등 더 깊어질까 걱정"
"서로 권한 존중하며 절차대로 해결해야" 제언도
[서울=뉴시스]홍연우 이승주 이윤석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합의 없이 대법관 후임자를 제청했다는 여당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직 법관들 사이에선 대체로 조 대법원장이 선택지가 제한된 상황에서 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논란이 정치권과 사법부 간 충돌로 번지면서 양측의 갈등이 한층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0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 내부에선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제청이 상황상 필요한 조치였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지난 3월 퇴임해 이미 후임 자리가 5개월째 공석이고, 내달 이흥구 대법관도 퇴임이 예정돼 있어 제청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대법관 공백이 이미 길어질 대로 길어진 상황이고, 현 상태가 더 길어진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대법원장이 (제청)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헌법에서 명시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고, 양측의 사전 조율 또는 제청 방식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며 "더군다나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음에도 청와대에서 거절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러면 대법원장이 가진 선택지가 무엇인가. 규정대로 제청한 것이므로 문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법관들은 이번 사태가 정치권과 사법부 간 갈등을 한층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판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조금 더 모양새를 갖췄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든다"며 "국회와 정부의 거센 비판이 이어지면 대법원장뿐 아니라 법원 자체의 위신과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판사도 "제청 방식 자체보다 이를 둘러싸고 양쪽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문제"라며 "서로 한발 물러서 지금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대법원장 탄핵까지 거론되는 등 상황이 격앙됐는데, 대법원장이 이미 제청한 이상 철회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선 아마 제청된 후보가 가장 난감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양측이 서면 제청을 둘러싼 논쟁을 이어가기보다 남은 절차를 차분히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판사는 "관례가 깨졌다는 점만 놓고 누구 책임인지를 따지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이제는 냉정을 찾고 국회가 후보자의 자질을 엄격히 심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임명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헌법이 제청권과 동의권, 임명권을 각각 나눠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서로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헌법적 절차에 따라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60·사법연수원 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서면 제청했다. 지난 1월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손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한 이후 청와대와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장기간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결국 제청권을 행사한 것이다.
내달 퇴임하는 이 대법관의 후임으로는 김성수(57·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같은 날 제청했다. 김 부장판사 제청에는 청와대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서는 손 부장판사에 대한 서면 제청을 두고 '사법 쿠데타'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노 전 대법관 후임을 두고 청와대와 계속 협의해 왔으며,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아 서면 제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출근길에서 관련 질문에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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