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수사하다 경찰 유착 적발…뇌물수수 등 3명 기소
"피의자를 참고인으로 둔갑"…불송치 이의신청권도 박탈
"이후 양정원 남편이 명품 스카프, 유흥업소 접대 등 제공"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코스닥 상장사 시세조종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사건관계인과 유착해 수사를 무마해준 강남경찰서 전 수사팀장을 구속기소했다. 또 함께 향응을 받은 경찰청 소속 경찰관과 청탁을 건넨 뇌물공여자도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부장검사 신동환)는 20일 '주가조작 사범 유착 경찰관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전날 뇌물수수·직권남용·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강남경찰서 수사팀장 송모 경감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청 소속 이모 경정을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뇌물공여자 다단계업자 C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송 경감은 강남경찰서 수사팀장으로 근무하던 2023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신과 동료 경찰관이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사건관계인 4명(5건)으로부터 사건 무마와 수사정보 제공 등을 청탁 받고 현금과 유흥업소 접대 등 금품·향응을 지속적으로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파악한 수수 금액은 약 800만원 상당이다.
검찰 조사 결과, 송 경감은 사기 혐의로 고소된 유명 여성 인플루언서 양정원씨 사건을 수사하던 중, 양씨의 남편 이모씨와 친분이 있는 이 경정의 연락을 받고 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송 경감과 이 경정은 전산상 '피의자'로 등록돼 있던 양씨를 '참고인'으로 바꿔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무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권조차 행사하지 못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은 고소인이 '피의자'에 대한 불송치 결정 통지를 받은 경우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참고인은 애초에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씨가 송 경감·이 경정에게 감사 표시와 함께 명품 스카프 등 금품, 유흥업소 접대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2025년 2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05만원, 220만원 상당의 접대가 이뤄진 정황도 확보됐다.
송 경감은 접대 이틀 뒤 양씨의 다른 사기 사건이 문제 되자 담당 후배 경찰관에게 "내가 다 이미 불송치한 사건이니 빨리 종결하라"는 취지로 말했고, 이런 상황은 곧바로 이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두 번째 사건에서도 송 경감은 동료 경찰관을 통해 피해자에게 '고소취소'를 유도하도록 하고, 후배 경찰관에게 "무혐의로 빨리 끝내라"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은 결국 참고인중지를 거쳐 불송치로 종결됐다.
송 경감의 수사 무마 의혹은 인플루언서 사건에 그치지 않았다.
이씨와 함께 주가조작을 해온 '시세조종 선수' E씨가 강남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되자, 송 경감은 이씨의 부탁을 받고 수사정보를 확인해 알려주는 등 편의를 제공했다.
이 사건은 2개월 만에 무혐의 불송치로 종결됐고, 송 경감은 E씨가 계산한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출국으로 지명통보된 피의자 사건에서는 더 노골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송 경감은 자신이 피의자로 직접 조사한 인물에게 접근해 병원까지 찾아가 식사비를 계산시키고 현금을 수수했으며, 사건을 무혐의 불송치로 처리한 뒤에는 불송치 대상자가 거주하는 해외까지 찾아가 '용돈'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3000 달러(약 416만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상화폐 다단계업자 C씨 사건에서는 송 경감이 수사 정보와 사건 편의 제공 명목으로 200만원 상당 백화점 상품권을 두 차례 수수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사실이 적발되자 송 경감은 상품권을 제3자가 준 것을 자신이 매입한 것처럼 꾸미는 허위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관련자들에게 '대역 참고인'으로 나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회유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27일 강남경찰서와 송 경감 주거지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지난 5월 8일 시세조종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자 이씨 등 9명을 먼저 기소했고(3명 구속·3명 불구속·3명 약식명령), 이후 뇌물수수 혐의 보완수사를 거쳐 지난 5일 송 경감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은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공무원이 범죄자들과 유착해 금품이나 향응을 수수하는 것은 실체진실을 발견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형사사법 기능을 마비시키는 중대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형사사법 체계를 훼손하는 부패범죄 엄단과 자본시장 법치주의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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