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반전 대칭성 탓에 구분 어려운 양자 과정도 '동기화'로 구별 가능함을 입증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공간과 시간에 걸쳐 존재하는 양자 정보를 하나의 상태로 측정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특히 시간반전 대칭성으로 인해 구별하기 어려웠던 양자 과정도 보조 양자를 활용한 '동기화'로 구분할 수 있음을 입증해, 시공간을 아우르는 양자정보 처리와 측정 기술 발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물리학과 이석형 교수와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권혁준 교수 연구팀이 시공간의 여러 지점에 흩어진 양자 정보를 간섭계를 이용해 측정하고, 이를 하나의 '시공간 양자상태'로 재구성할 수 있는 이론을 정립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Physical Review Letters)에 지난 6월 24일 게재됐다.
기존 양자이론에서는 같은 시간에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입자들의 관계를 양자 상태로 표현하는 한편, 하나의 양자계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은 '양자 채널'이라는 별도의 수학적 대상으로 다뤄왔다. 시간과 공간을 하나의 통합된 시공간으로 바라보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을 연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간섭계에서 얻어지는 신호만으로 시공간 양자상태를 재구성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먼저 사건의 인과적 순서를 미리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측정 방법의 조건인 인과순서 무관 측정(causally agnostic measurement)을 정의했다. 이어 이 조건을 만족하는 측정이 곧 간섭계를 통해 수행할 수 있는 측정과 필요충분조건으로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간섭계는 양자가 여러 경로를 동시에 지나가는 특성을 이용해 서로 다른 경로에서 발생하는 차이를 신호로 읽어내는 장치다. 이미 다양한 양자 실험에서 활용되고 있는 표준적인 측정 기술인 만큼, 이번 연구는 기존 실험 기술을 활용해 시공간 양자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또 간섭계 신호만으로는 서로 다른 양자 과정이 동일하게 나타나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침반' 역할을 하는 보조 양자를 추가하면 두 양자 과정의 차이를 식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두 양자 과정의 시간 방향이 함께 맞춰지는 새로운 형태의 시공간 양자 상관관계인 '동기화(synchronization)'를 규명했다. 이를 활용하면 미시세계에서 시간반전 대칭성 때문에 구분하기 어려웠던 양자 과정의 시간 방향성까지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반전 대칭성은 물리적 과정을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돌려도 동일한 물리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어, 과정의 시간 방향을 쉽게 구별하기 어려운 성질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공을 던지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거꾸로 재생하면, 영상 속 궤적만으로 공이 실제로 올라가는 중인지 떨어지는 장면을 되감아 보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에 '시계'를 달아 놓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상 속 시계 바늘의 움직임을 함께 관찰하면 시간의 방향을 구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개념을 양자계에 적용해 보조 양자를 일종의 '시계'로 활용하는 이론적 모델을 구축했고, 겉보기에는 구별하기 어려운 양자 과정에서도 시간 방향성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입증했다.
이석형 교수는 "시간과 공간을 함께 아우르는 양자 상태를 어떻게 정의하고, 이를 실제로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는 양자정보과학과 양자 기초론에서 중요한 난제로 남아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양자 상태를 측정 결과로부터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적 질문에 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이론은 광학과 응집물질, 초전도 등 다양한 분야의 양자정보처리 과정을 효율적으로 표현하고 분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며 "양자 레이더나 입자 충돌 실험처럼 사건이 발생하는 시점과 위치를 사전에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UNIST 2025 Research Fund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한국연구재단(NRF), 고등과학원 개인연구비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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