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3집 '와이키키(WhyKiiiKiii)' 리뷰
키키가 택한 질감은 2010년대라는 묘한 과도기다. K-팝의 역사 속에서 아직 완벽한 '레트로'로 대상화되지 않은 이 가까운 과거를, 키키는 미니홈피 등의 인터넷 문화와 길거리 풍경을 가져와 2026년의 문맥으로 소환한다. 소속사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매끈한 프로덕션 아래에 팀 단위로 움직이는 지유, 이솔, 수이, 하음, 키야 멤버들의 도화지 같은 흡수력 위로 2세대부터 4세대를 아우르는 K-팝의 도상들이 훌륭한 거푸집의 형태를 띠며 매끄럽게 교차한다.
타이틀곡 '팝 오프 팝 오프(Pop Off Pop Off)'는 201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케샤(Kesha)나 케이티 페리(Katy Perry) 류의 일렉트로닉 신스팝이 가진 폭발력을 고스란히 계승한다. 강렬한 신스와 셔플 댄스의 파편들이 튀어 오르는 이 한낮의 트랙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가장 뜨겁고 낯선 에너지로 현세대의 증명하려는 시도다.
신(scene)의 경계를 허무는 인디펜던트 창작자들의 적극적인 협업은 앨범의 텍스트를 더욱 두텁게 만든다. 수민(SUMIN), 오메가사피엔, 에피(Effie), 릴체리(Lil Cherry) 등 개성 강한 뮤지션들과 이슬아 작가까지 가세해 다채로운 질감의 언어를 덧입혔다. 아침의 나른한 개안을 담은 '에버투레이트!(Ever2Late!)'부터 달고 신 감정의 모순을 포착한 '스위트 사워(SWEET SOUR)', 그리고 해 질 녘 푸르스름한 경계의 시간을 그리는 '블루 아워(Blue Hour)'까지. 하루 24시간의 동선은 여행, 떠남, 휴가 등을 녹여낸 콘셉트 앨범 안에서 완벽한 기승전결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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