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청년주택 신속 공급" vs 서울시 "도심 녹지 보존"
최대 2만 가구 공급…부지 반환·정화 최소 7~10년 소요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8·13 공급대책 발표 이후 용산공원 주택공급이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오늘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만나 서울 내 주택공급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달 24일 비공개 회동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용산공원 주택공급 방식을 두고 여전히 양측의 입장 차가 큰 만큼, 이번 회동을 통해 얼마나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양측의 대립은 정부가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용지에 청년층을 위한 대규모 임대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면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국토부는 신속한 주택공급을 위해 최근 약 30만㎡ 규모의 용산어린이정원에 청년·신혼부부 대상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공식화한 반면, 서울시는 용산어린이정원을 비롯해 용산공원의 일부라도 아파트를 짓는 용도로 전환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는 용산어린이정원을 포함해 용산공원 전체 부지를 두고 주택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린벨트도 훼손으로 인해 이미 가치를 상실한 일부 지역을 활용하듯, 용산공원 역시 공원 녹지로서의 기능을 일부 상실한 곳에 대해 제한적으로 청년주택을 공급하는 대안이 어떤 게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 청년주택 단지를 조성해 20·30대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안정적인 주거 기반을 신속하게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청년 주거 안정을 전면에 내세워 사업 추진에 대한 반대 논리를 돌파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용산구에 자리한 300만㎡ 규모의 용산공원 부지는 과거 주한미군 기지로 사용됐던 곳이다. 면적은 서울 여의도와 비슷한 규모다. 이 가운데 국립중앙박물관 왼편에 위치한 약 30만㎡ 규모의 용산어린이정원은 전체 부지의 10%에 해당한다. 용산어린이정원은 2023년 시민들에게 개방돼 현재까지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을 활용해 전용면적 59㎡ 이하 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용적률 500% 이상의 초고층 개발을 추진할 경우 최대 2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개발하더라도 약 8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물론 용산공원 인근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용산공원 내 아파트 건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대신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해 도심 내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 시장은 국무회의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짓는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히 반대의 뜻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용산공원은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녹지를 확보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공간이라는 게 오 시장의 설명이다.
그는 뉴욕 센트럴파크와 런던 하이드파크, 파리 뤽상부르공원 등을 거론하며 세계 주요 도시들이 도심 녹지를 도시의 상징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으로 보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장 주택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고 해서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몫까지 소진해서는 안 된다"며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에 거듭 반대했다.
용산공원이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개발이 제한돼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용산공원은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에 따라 국가공원으로 지정됐다. 문재인 정부 역시 공원 주변의 산재부지는 개발하더라도 공원 본체만큼은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과거 민주당 정부가 법으로 못 박은 '국가의 약속'을 현 정부가 주택 공급을 이유로 뒤집는 게 타당하냐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국가공원으로 보존하기로 한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할 경우 정책의 일관성과 법적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용산공원이 20년 가까이 공원으로 보존하기로 사회적 합의를 거친 부지인 만큼 주택 공급을 위해 개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도심 열섬현상과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용산공원 같은 대규모 녹지를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실제 주택 공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용산공원은 아직 주한미군으로부터 부지 반환이 모두 완료되지 않은 데다, 반환 이후에도 토양 오염 조사와 정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부지 반환과 토양 정화에만 7~10년가량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입주 물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용산공원 개발은 토양 오염 정화 등으로 사업 기간이 길어질 수 있어 단기적인 주택 공급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용산공원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오염토가 발견되면 정화 작업으로 사업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며 "주택 공급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 공급 확대라는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용산공원처럼 대규모 신규 부지를 개발하는 것보다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높여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이미 기반시설이 갖춰진 도심 정비사업을 활용하는 것이 주택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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