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재정적자·AI 자금조달에 금리 상승 압력
美 부채 40조 달러 육박…금리 0.1%P만 올라도 이자비용 3790억 달러↑
저금리 시대 끝나고 '정상화' 진입 분석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매도세가 이어지며 국채 금리가 19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월가에서는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재정적자 확대, 인공지능(AI) 투자에 따른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자금 조달에 더해 고금리에도 견조한 경제 상황이 채권 금리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확산하면서 선진국 전반에서 정부와 기업, 가계의 차입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5.3%를 넘어서며 2007년 이후 19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 전반의 차입 비용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기준물인 10년물 금리도 2025년 초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데다 기술기업들이 AI 투자를 위한 회사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새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도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요인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고금리에도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채권 금리 상승의 보다 근본적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과거에는 경제성장을 크게 둔화시킬 것으로 여겨졌던 수준까지 금리가 올랐지만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리가 빠르게 내려갈 필요성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금융위기 이전의 금리 환경으로 되돌아가는 '정상화' 과정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버트 팁 PGIM크레디트 최고투자전략가 겸 글로벌채권부문 대표는 "기본적으로 이는 정상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고금리의 역습…美 재정부담 커지고 증시도 흔들
금리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곳 가운데 하나는 미국 정부다. 기존 국채가 만기를 맞을 때마다 더 높은 금리의 신규 국채로 차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체 연방정부 부채는 40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민간이 보유한 연방정부 부채는 GDP의 약 100%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기록한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막대한 부채에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정부의 이자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 50년간 연방정부의 순이자 비용은 GDP의 평균 2.1% 수준이었지만 미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3.3%, 2036년에는 4.6%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CBO는 모든 만기의 국채 금리가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만 높아져도 향후 순이자 비용이 3790억달러 추가될 것으로 추산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의 차입 비용을 높여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를 약속했으며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재정적자 축소와 엔화 방어 등을 통해 국채 금리 상승 억제에 나섰지만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잭 그리피스 크레디트사이츠 투자등급 및 거시전략 책임자는 "지금까지 재무장관의 조치가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점은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보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말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증시도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나스닥종합지수는 1.3% 하락했고 S&P500지수는 0.7%,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2% 각각 떨어졌다.
특히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를 구성하는 30개 종목이 장중 일제히 하락했다. 지수는 지난 7월1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으며 지난 6월22일 사상 최고 종가와 비교하면 약 19% 떨어졌다.
키스 러너 트루이스트어드바이저리서비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까지 시장이 국채 금리 상승을 무시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 실적 호황 덕분이었다"며 "실적 시즌이 지나면 시장의 관심이 금리에 더욱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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