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지난 3년간 리움미술관에서 오간 질문과 대화가 하나의 '살아있는 어휘집'이 된다. 정해진 뜻을 읽는 사전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단어를 더하고 수정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다.
리움미술관은 오는 9월 1일부터 11월 29일까지 '아이디어 뮤지엄, 내일 이후(Idea Museum, After Tomorrow)'를 개최한다.
샤넬 컬처 펀드의 후원으로 진행해온 '아이디어 뮤지엄'의 지난 3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그동안 강연과 워크숍, 심포지엄, 스크리닝 등을 통해 다뤄온 기후 위기와 젠더·다양성, 지식과 배움 등의 문제에서 주요 개념을 뽑아 '어휘'로 재구성했다.
이번 어휘집은 단어의 의미를 고정하는 일반적인 사전과 다르다. 관람객이 직접 단어를 추가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위키(wiki)' 형식을 적용했다. 서로 다른 경험과 관점에 따라 의미가 계속 변화하고 확장되는 '살아있는 어휘'를 지향한다.
가령 '집(Home)'은 고정된 거주 공간이 아니라 관계와 이동, 돌봄에 따라 계속 형성되는 장소로 다시 읽는다. '자연스러움(Naturalness)'은 무엇을 자연스럽다고 여겨왔는지 되묻고, 그 기준을 만든 사회적 맥락을 들여다본다.
어휘집은 그래픽 디자인 듀오 슬기와 민(최슬기·최성민), 시각 디자이너 권수진, 편집자 이동휘가 편집부를 꾸려 지난 3년간 축적된 기록을 다시 읽고 재구성했다.
전시는 리움미술관 강당 라운지에서 펼쳐진다. 건축가 이다미가 이끄는 '플로라앤파우나'와 스튜디오 석운동이 공간 구성에 참여했다. 소리와 이미지, 영상, 텍스트, 사물, 게임 등을 활용한 여러 스테이션을 마련해 관람객이 각각의 어휘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과 신체를 통해 경험하도록 했다.
개막 전날인 오는 31일 오후 5시에는 안무가 안은미의 퍼포먼스 '몰랑말랑물렁물컹구우우우판'이 열린다. '아프로-아시아', '젠더', '다양성' 등의 어휘를 신체 움직임으로 풀어내는 공연이다.
안은미컴퍼니 무용수와 박범태의 12현 상모·사물놀이, NET GALA의 전자음악, 아프리카 출신 댄서와 보깅 댄서가 참여한다. 한국 전통연희와 현대무용, 서로 다른 춤과 음악을 뒤섞고 관람객도 행렬에 참여하는 '굿판'으로 미술관을 다양한 몸과 감각이 공존하는 장소로 확장한다. 개막 퍼포먼스는 초청 대상자만 관람할 수 있다.
구정연 리움미술관 교육연구실장은 "지난 3년간 축적해온 질문과 실천을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하기보다 또 다른 논의와 협력을 여는 출발점"이라며 "관람객의 참여 속에서 서로 다른 언어와 관점이 교차하고 확장되는 플랫폼으로 자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기간 핵심 어휘를 중심으로 토크와 다양한 모임도 이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