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닷새간 가둔 이스라엘 정착민…美대사 "끔찍한 테러"

기사등록 2026/08/14 16:14:50 최종수정 2026/08/14 16:52:24

어린이 2명 포함 15명 고립…물·전기 끊겨 우물물로 버텨

이스라엘군 "용납 못할 행위”…정착민 다시 돌아와 충돌

친이스라엘 허커비 대사 "테러" 규탄…정착민 폭력 확산

[안자=AP/뉴시스] 27일(현지 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안자 마을 주민들이 이스라엘 당국의 건축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스라엘군 불도저에 철거된 팔레스타인 건물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2026.07.28.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점령된 요르단강 서안지구 쿠스라에서 팔레스타인 가옥 3채를 닷새간 포위하면서 어린이 2명을 포함한 약 15명의 주민이 사실상 집 안에 갇혔다. 정착민들은 물과 전기 공급까지 끊었고, 주민들은 우물물에 의지해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이 여러 차례 개입했지만 정착민들이 계속 돌아오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사건은 서안지구 북부 쿠스라에서 지난 9일 시작됐다. 수십 명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가옥 주변에 텐트를 치고 출입문을 막아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쿠사이 아부 리다는 십대 아들과 함께 집 안에 머물면서 정착민들이 끊어버린 수도와 전기를 대신해 우물물을 마시며 버텼다고 밝혔다.

해당 주택의 소유자인 그의 형 루이 리디는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보안 카메라를 통해 동생이 정착민들에게 포위된 상황을 지켜봤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1일 정착민들의 가옥 봉쇄를 "불법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규탄하고, 정착민들을 몰아내기 위해 쿠스라를 폐쇄 군사구역으로 선포했다.

그러나 다음 날에도 수십 명의 정착민들이 다시 나타나 도로를 돌로 막으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과 충돌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쿠스라와 인근 지역의 "불법 전초기지 두 곳을 철거하고 이스라엘인 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또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방어 및 순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추가 병력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쿠스라 시장 압델 아짐 와디는 "이스라엘군이 마을 안에 진지를 구축하기 위해 10여 채의 가옥을 비웠다"고 밝혔다. 정착민들이 일부 전초기지에서 쫓겨났지만 마을의 다른 지역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도 이례적으로 강한 비판을 내놨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민들을 위협하고 괴롭히기 위해 벌어진 이번 사건을 "끔찍한 테러 행위"라고 규정했다. 허커비 대사는 이스라엘군 및 경찰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커비 대사는 오랫동안 이스라엘 정착촌을 지지해온 인사로, 이번 발언은 정착민 폭력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개 비판으로는 상당히 강한 표현으로 평가된다.

[서안지구=AP/뉴시스] 지난 12일 점령된 요르단강 서안지구 나블루스 남쪽 쿠스라 마을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포위 중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주택 밖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과 나란히 서서 경비를 서고 있다. 2026.08.12
정착민 폭력은 최근 서안지구에서 급증하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 4월 올해 들어 서안지구에서 정착민 공격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으로 쿠스라를 지목했다. 지난 3월에는 쿠스라 주민 1명이 비번 상태였던 이스라엘 예비군 병사의 총에 맞아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지난달 인근 지역에서는 정착민과 팔레스타인 주민 사이의 충돌로 이스라엘인 2명과 팔레스타인인 4명이 사망했다. 이후 쿠스라의 한 모스크가 불에 탔고 벽에는 히브리어로 "복수"라는 낙서가 발견됐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건부에 따르면 올해 이스라엘 정착민과 군인에 의해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87명이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올해 정착민 공격이 1476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정부는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지지해왔다. 네타냐후 내각의 극우 성향 장관들은 서안지구를 유대 민족의 역사적·성경적 고향으로 규정하며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이날 서안지구에서 2005년 철거됐던 정착촌 재건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해 "철수와 추방의 시대는 끝났다. 건설과 시오니즘의 시대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첫 임기 당시 이스라엘 정착촌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두 번째 임기 초에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정착민 폭력과 관련해 부과했던 제재를 해제했다.

쿠스라 주민들을 둘러싼 봉쇄가 해소된 이후에도 재발 우려는 남아 있다. 약 280만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거주하는 서안지구에는 56만명이 넘는 이스라엘 정착민이 살고 있다.

와디 쿠스라 시장은 "이런 식으로 계속 살아갈 수는 없다"며 "지나친 압력은 결국 폭발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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