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내년 물량 2배 요구…공급난 가장 심할 것"
전력·용수에 협력사 생태계까지 입지 관건
"헝그리 정신·투지·팀워크가 경쟁력"
[서울=뉴시스]박나리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전공정 생산시설 건설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지역의 후보지를 한 달 넘게 검토하고 있다며 전력과 용수, 토지뿐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를 입지 선정의 핵심 조건으로 꼽았다.
최 회장은 미국 경제매체 CNBC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인터뷰에서 미국 내 메모리 팹 건설 계획을 묻는 질문에 "기꺼이 할 의향은 있지만 아직 적합한 장소(Right Place)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한 달 넘게 검토하고 있다"며 "언제,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건설할지 결정하려면 더 구체적인 검토와 계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대형 메모리 팹 뒤에는 소재와 화학제품, 서비스를 공급하는 600~700개 기업이 있다"며 "전력과 용수, 토지를 확보하고 관련 생태계까지 함께 옮길 수 있다면 미국을 포함해 세계 어느 곳에든 팹을 지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급증하는 AI 메모리 수요가 있다.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최소 4~5년이 걸리는 반면 고객사 주문은 단기간에 폭증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 회장은 "내년은 메모리 공급 부족이 가장 심각한 해가 될 것"이라며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내년 물량은 올해의 거의 두 배지만 메모리 기업들은 아직 생산능력 확대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어 "모두가 메모리 칩을 원하지만 메모리가 없으면 AI 컴퓨팅 시스템과 AI 칩을 생산할 수 없다"며 "전쟁과 같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메모리 가격이 완제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칩플레이션(Chipflation)'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최 회장은 "칩 가격이 너무 높아 애플 같은 기업도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사회 전반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이 때문에 향후 5년 안에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10년간 필요한 메모리 생산능력이 현재의 약 5배로 늘어날 것으로도 내다봤다.
그는 AI를 "네 살짜리 어린아이"에 비유하며 "아이가 성장하면서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저장하듯 AI도 성장할수록 막대한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AI 시대에는 한 사람이 여러 AI 에이전트를 사용하면서 메모리 수요 구조가 달라진다"며 "메모리 사이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보다 훨씬 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증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장기공급계약(LTA)을 확대하고 '서비스형 메모리(Memory as a Service)' 등 고객사와 위험을 나누는 방식도 검토한다.
최 회장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강점으로 조직문화를 꼽았다. 그는 "하이닉스는 10년 넘게 채권단 관리 아래 있었기 때문에 정말 헝그리(Hungry)하다"며 "투지(Fighting Spirit)와 팀워크가 차이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한편 CNBC는 최 회장 전체 인터뷰와 함께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M15X 클린룸, 이천캠퍼스의 극자외선(EUV) 공정 등을 담은 현장 취재 영상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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