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 인플레 80% 넘은 이란…기업들, 손해 감수하고 '외상 홍보'

기사등록 2026/08/13 17:59:00

이란 기업 스냅페이 등 외상 홍보

인플레로 구매력 줄어든 소비자 겨냥

리알화 최저치…식료품 인플레 130%

[테헤란=AP/뉴시스] 이란 기업들이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를 겨냥해 '선구매 후결제' 거래를 더 많이 홍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 2일(현지 시간) 이란 북부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견과류를 진열하는 모습. 2026.08.1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이란 기업들이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를 겨냥해 '선구매 후결제' 거래를 더 많이 홍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통상 초인플레이션 상황에 외상 거래는 나중에 받을 돈의 가치가 줄어 판매자에게 부담이지만, 경제 상황 악화로 매출이 급감하자 고육책을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1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몇 주 동안 수도 테헤란 거리에 외상 거래를 홍보하는 이란 기업 스냅페이(SnappPay) 등의 대형 광고판이 잇따라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광고판에는 '냉장고를 소유하는 더 나은 방법: 테크노페이로 할부 구매하세요' 등이 적혀 있었으며, 분야는 의류, 휴대전화, 금, 여행 등 다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외상 거래 확산 배경에 대해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미국의 항구 봉쇄 등으로 이란의 인플레이션이 악화하면서 많은 사람이 기본적인 생활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테헤란=AP/뉴시스] 이란 기업들이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를 겨냥해 '선구매 후결제' 거래를 더 많이 홍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2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북부 한 전통 시장에서 사람들이 걷고 있는 모습. 2026.08.13. *재판매 및 DB 금지


이란은 이미 수년 동안 이어온 인플레이션, 경제 정책 실패 등으로 지난 2월 말 전쟁 이전부터 생활 수준이 떨어진 상태였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도 경제적 불만에서 비롯됐다.

연간 인플레이션은 3개월 연속 80%를 웃돌고, 이란 화폐 리알화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7월22일로 끝나는 한 달 동안 식료품 인플레이션은 약 130%에 달했으며, 2026년 봄 실업률은 9.1%를 기록했다.

이란에 있는 경제 교육 기관 이콘클리닉의 창립자 알리 사에드 반디는 "외상 거래가 만연해지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박에 사람들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생산자와 공급자가 느끼는 절박한 상황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인플레이션 경제에서 수수료 없이 할부 판매를 하면 통화 가치가 몇 달에 걸쳐 하락하기 때문에 판매자가 받는 (실질) 금액이 줄어든다"며 "그럼에도 일부 기업이 외상 판매에 나서는 이유는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시장이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재래시장 직원은 FT에 하루 방문객 수가 1200명에서 약 400명으로 줄어드는 등 매출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많은 이란인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금을 팔거나 필수품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저렴한 가격의 푸드트럭이 인기를 얻고, 이란 대표 음식 양고기 케밥 대신 비교적 저렴한 구운 간 요리 등으로 식단을 대체하는 이란 가정도 많아지고 있다. 일부 배달 서비스 업체들은 피자, 스튜 등의 음식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FT는 "이란 지도부는 수년 동안 구축해 온 자급자족 경제인 '저항 경제'를 바탕으로 (미국의) 경제적 압박을 이겨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경제 침체, 국민 실망감 등도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k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