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에 콜센터 차려 24명 조직
수사관·검사·금감원 1~3선 역할 분담
피해자 68명…11명 송치·9명 구속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태국 방콕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 68명으로부터 약 67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모텔에 '셀프 감금'시킨 뒤 신체검사를 빌미로 나체 사진까지 찍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범죄단체활동·전기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 홍모(29)씨 등 보이스피싱 조직원 11명을 검거해 송치하고, 이 가운데 9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나머지 2명은 이미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였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피해자 68명에게 검찰 수사관과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해 약 67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태국 방콕에 위치한 'S타워'와 'T빌딩'에 콜센터를 마련하고 역할을 1선·2선·3선으로 나눠 범행했다. 중국인 총책이 한국인 총책을 영입해 모두 24명 규모로 조직을 꾸렸다.
먼저 1선은 '검찰 수사관' 역할을 맡았다. 미리 확보한 공무원과 군인, 주부 등의 개인정보와 연락처를 이용해 전화를 건 뒤 "당신의 은행 계좌가 범죄 자금세탁에 이용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겁을 줬다.
피해자가 의심하지 못하도록 가짜 검찰청 홈페이지까지 준비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위조된 범죄자금 단속 통보서와 구속영장이 등장했다. 이를 보여준 뒤 "검사가 전화를 할 테니 지시에 잘 따르라"며 피해자를 2선으로 넘겼다.
2선 조직원은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했다. "약식 조사가 필요하다"며 피해자에게 인근 모텔에 혼자 들어가도록 지시한 뒤 위조된 보호관찰서와 신체검사서를 보냈다. 이어 "구속 전 임시 보호관찰 절차로 신체검사를 해야 한다"고 속여 피해자가 옷을 모두 벗은 채 휴대전화로 신체를 촬영해 전송하도록 했다.
겁에 질린 피해자 앞에 마지막으로 '금감원 직원'이 등장했다. 3선 조직원은 피해자를 위로하는 척 안심시킨 뒤 "사건을 해결하려면 금융감독원에 공탁금을 걸어야 한다"고 속여 돈을 송금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은 한국인 피해자를 상대하는 1·2선 조직원을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약 한 달간 합숙하며 범행 시나리오를 숙지한 뒤 실제 범행에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업무 실적에 따라 역할과 수당에도 차등을 뒀다.
1선은 편취금의 4%, 2선은 10%, 3선은 13%를 수당으로 받았으며, 실적이 좋으면 1선에서 2선, 3선으로 역할을 바꾸고 더 많은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국내에 입국한 조직원 2명도 추가로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 가운데 1억5700만원 상당을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
경찰은 아직 붙잡히지 않은 조직원 9명에 대해 적색수배를 내리고 태국 경찰과 국제공조를 통해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은 정교하게 위조된 공문서를 제시하고 허위 국가기관 사이트까지 개설하는 등 수법이 매우 치밀하게 진화하고 있다"며 "검찰·금감원 등 국가기관이 범죄 연루를 이유로 신체수색을 하거나 사건 해결 명목으로 공탁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으므로 이러한 요구에 응하지 말고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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