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위협 커지자…독일, 정보기관에 파괴공작·공세적 사이버작전 허용 추진

기사등록 2026/08/13 10:52:07 최종수정 2026/08/13 11:38:24

메르츠 내각, BND·헌법수호청 권한 확대 법안 의결

드론공장·해커 서버 무력화 등 ‘적극 조치’ 허용

[베를린=AP/뉴시스]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있는 연방정보국(BND) 본부 입구에 비밀경호국 글씨가 새겨져 있다. 2022.12.2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독일 정부가 정보 수집에 주력해온 자국 정보기관에 파괴공작과 공세적 사이버작전 권한을 부여하는 법 개정에 나섰다. 러시아 등 외국 세력의 하이브리드 위협에 맞서 특히 대외정보기관인 연방정보부(BND)가 정보 수집을 넘어 적대 세력의 시설·시스템을 방해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2일(현지시간) 독일 내각이 이날 BND와 국내정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BfV) 관련 법률을 전면 개편하는 법안을 의결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독일연방공화국 출범 이후 가장 대대적인 정보기관 제도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BND는 특별한 위협 상황에서 화학무기 연구소나 드론 공장의 정보기술(IT) 시스템에 침투해 생산을 방해할 수 있다. 외국 정부와 연계된 해커 조직이나 허위정보 공작 세력의 서버를 폐쇄하거나 무력화하고, 적대 세력에 공급되는 장비에 결함 부품을 끼워 넣는 조치도 가능해진다.

다만 이런 행위가 무제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BND는 기본적으로 정보수집기관의 지위를 유지하며, 정보 수집 과정에서 즉각적인 위험을 발견하거나 특별한 위협 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이른바 ‘적극 조치’를 할 수 있다. 선제 조치는 정보기관 활동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독립통제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하며, 대응하려는 위협과 직접 관련돼야 한다.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해치는 조치는 금지된다.

법안은 데이터 보관·분석 규제도 완화한다. BND는 수집한 데이터 가운데 통신 내용은 6개월, 송수신 주체·시각 등 메타데이터는 최대 12개월간 사전 선별 없이 보관할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1956년 창설된 BND는 나치 정권의 정보기관 권한 남용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보 수집 외 활동을 엄격히 제한받아왔다. 그 결과 독일은 고난도 정보 수집과 비밀공작을 미국 등 동맹국에 크게 의존하게 됐다.

[슈코이디츠=AP/뉴시스]6일(현지시각)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황에서 폭발물을 실은 정체불명의 드론 4대가 발견됐다. 사진은 공항에 주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안토노프 화물기 모습. 2026.8.7.
폴리티코는 러시아의 파괴공작과 여론·정치 개입 공작이 늘어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보 공유를 중단하거나 이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자체 정보 역량을 강화하고 동맹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요구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이 지난 6월 공개한 2025년 연례보고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독일의 안보 환경이 크게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독일 당국은 러시아가 스파이 활동과 파괴공작, 사이버 공격, 허위정보 유포 등을 통해 독일의 안보와 사회 안정을 위협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내무장관은 내각회의 뒤 “독일은 매일 외국 세력의 스파이 활동과 파괴공작, 사이버 공격, 은밀한 개입에 노출돼 있다”며 “외국 세력은 독일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국내에 정치·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려 한다”고 말했다.

도브린트 장관은 이번 개편이 정보기관의 감시·분석 능력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격자와 적대 세력에 직접 대응할 권한을 주는 데 초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BND 개편 업무를 맡은 니나 바르켄 독일 총리실장도 “독일은 너무 많은 안보 분야에서 동맹국의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다”며 “다른 나라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기만 하는 분야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비공개 장소에 있는 러시아군 통합 그룹 지휘소 가운데 한 곳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이 제공한 사진이다. 2026.7.4.
이 같은 개편 필요성을 부각한 최근 사건은 지난주 독일 동부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일어났다. 폭발물과 기폭장치가 장착된 드론이 탄약 운송에 사용되는 우크라이나 안토노프 화물기 인근에서 발견됐다.

도브린트 장관은 사건 직후 “하이브리드 위협이 분명하다”며 “이런 위협은 아마추어에게서 나오지 않으며 외국 세력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하지는 않았으며 12일 현재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BND 예산도 올해 대폭 늘었다. 2026년 예산은 15억1000만 유로로 전년보다 3억1500만 유로(약 26%) 증가했다.

법안은 연방하원과 연방상원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독일 정부는 2027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발효되기 전까지 BND는 파괴공작이나 공세적 사이버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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