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일치해요"…'20년전 약속' 조혈모세포 기증

기사등록 2026/08/13 08:56:51 최종수정 2026/08/13 09:20:24

강선우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방사선사, 조혈모세포 기증

2006년 시작된 약속…20년 만 연락에도 망설임 없이 지켜

[서울=뉴시스] 강성우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영상의학과 주임방사선사가 20년 전 했던 약속을 지키며 한 생명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했다. (사진=고대구로병원 제공) 2026.08.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20년 전 한 약속이 한 사람의 새로운 삶으로 이어졌다. 강성우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영상의학과 주임방사선사가 오랜 기다림 끝에 약속을 지키며 한 생명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했다.

13일 고대구로병원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로 등록한 강 방사선사에게 뜻밖의 연락이 찾아왔다.

자신과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이었다. 등록한 지 20년 만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강 방사선사는 망설임 없이 기증을 결정했고, 관련 검사와 준비 과정을 거쳐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평소에도 꾸준히 헌혈에 참여해 온 그에게 생명 나눔은 낯선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20년 전 마음에 품었던 약속은 오랜 기다림 끝에 실제 나눔으로 이어졌다.

조혈모세포는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세포로, 백혈병을 비롯한 혈액질환 환자의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해서는 환자와 기증자의 사람백혈구항원(HLA)가 일치해야 하지만, 혈연관계가 없는 타인 간 HLA가 일치할 확률은 매우 낮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의 자료를 보면 비혈연 간 HLA 일치 확률은 약 2만 분의 1에 불과하며,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역시 타인 간 일치 확률을 수천~수만 명 중 1명 수준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의 기증희망등록과 실제 기증 참여가 환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KMDP)는 2025년 기준 6만3,703명의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를 모집했다. 조혈모세포 기증희망등록자가 실제 환자와 일치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만큼, 오랜 기다림 끝에 성사되는 한 번의 기증은 환자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치료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강성우 주임방사선사는 "20년 전에 기증희망등록을 했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실제로 연락을 받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놀랍기도 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헌혈을 하면서도 작은 실천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한 사람의 새로운 삶에 직접 힘을 보탤 수 있게 돼 형용하기 어려운 기분이다"며 "20년 전의 작은 선택을 실제 행동으로 이어갈 수 있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김대식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세포치료센터 센터장(혈액내과 교수)은 "조혈모세포 이식은 백혈병을 비롯한 혈액질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중요한 치료법이지만, 비혈연 관계에서 조직적합성항원이 일치하는 기증자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한 사람의 기증희망등록이 당장은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생명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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