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행복도 낮아졌는데 이직 줄었다…"만족 아닌 관망"

기사등록 2026/08/12 17:50:07 최종수정 2026/08/12 18:02:05

직장인 행복도 조사 '블라인드 지수 2026'

행복지수 상승 기업 100여곳·하락 기업 370여곳

SK하이닉스 상위 3%·삼성전자 상위 60%

"이직 감소는 위축된 노동시장서 나타난 관망의 결과"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국내 직장인들의 회사 생활 행복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졌지만 이직을 시도한 비율도 함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직장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위축된 노동시장 탓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직장인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간 직장인 행복도 조사 '블라인드 지수 2026'을 발표했다.

블라인드 지수는 각 기업 재직자가 한 해 동안 직장에서 느낀 행복도를 평가한 수치다. 블라인드가 한국노동연구원과 함께 개발한 일·관계·문화 영역의 15개 지표를 측정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재직 인증을 마친 한국 직장인 3만437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행복지수가 전년보다 상승한 기업은 100여곳에 그친 반면 하락한 기업은 370곳을 넘었다. 50점 이상을 받은 기업의 비중도 전년 47%에서 33%로 줄었다.

기업별로는 한국가스공사가 8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SAP코리아와 한국남동발전이 각각 82점으로 뒤를 이었고 구글코리아 80점, 한국주택금융공사 79점 순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공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최상위권에 다수 이름을 올렸다.

같은 업계에서도 기업별 행복도는 크게 엇갈렸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전체 기업 중 상위 3%에 올랐지만 삼성전자는 상위 60%에 머물렀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상위 2%를 기록한 반면 카카오는 전년 상위 46%에서 올해 상위 93%로 밀려났다.

직군별로는 변호사가 54점으로 가장 높았다. 의료인 51점, 의사 50점 등 전문직이 상위권을 지킨 가운데 반도체·회로 설계 등을 담당하는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49점으로 처음 최상위권에 진입했다.

다만 의료인의 행복지수는 전년보다 10% 이상 하락했다.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직군은 기획자 36점, 직업군인 37점, 고객서비스 40점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올해 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행복도와 이직 시도가 함께 감소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면 이직 시도가 늘어나지만, 최근 1년 동안 이직을 시도한 직장인 비율은 오히려 전년보다 줄었다. 이런 흐름은 특정 업계나 직군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나타났다.

신재용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지금의 이직 감소는 만족이 아니라 위축된 노동시장에서 나타난 관망의 결과"라며 "몸은 회사에 남아 있어도 마음이 떠난 조직은 활력을 잃는다. 이러한 암묵적인 비용은 생산성과 혁신, 협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재무제표에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블라인드는 행복지수 상·하위 기업 재직자들이 공개 채널에 작성한 게시물 21만8000건도 자체 인공지능(AI)으로 분석했다.

노조와 성과급, 연봉, 파업 등 조직 내 갈등이나 현안을 언급하는 빈도는 행복지수가 높은 기업에서도 활발했다. 두 기업군의 차이는 문제의 유무보다 문제를 대하는 방식에서 나타났다. 상위 기업군에서는 조직 개선을 전제로 한 질문이 퇴사나 이직 등 이탈을 전제로 한 질문보다 1.8배 많았다.

전유정 팀블라인드 사업 총괄은 "행복도는 결과이고 대화는 징후"라며 "구성원의 언어와 행동은 매일 쌓이는 만큼 대화 신호를 상시 관찰하는 기업이 이탈률과 조직 평판의 변화를 앞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