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부모님 모셨는데"…화재로 숨진 모자 빈소, 한숨과 침묵만

기사등록 2026/08/12 17:29:56 최종수정 2026/08/12 18:20:24

11일 오후 강서구 가양동 아파트서 화재

뇌병변 60대 母, 간병하던 30대 子 참변

[서울=뉴시스] 고선영 수습기자 =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의 한 장례식장에 전날 강서구 가양동 아파트 화재로 사망한 정모(61)씨와 박모(38)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2026.08.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고선영 수습기자 = "가족인데 어떻게 안 힘들 수가 있겠어요."

전날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어머니와 아들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12일 차려진 빈소에는 유족들의 침묵과 한숨만이 맴돌았다.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의 한 장례식에서는 전날 화재 사고로 참변을 당한 어머니 정모씨와 아들 박모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숨진 아들 박씨의 형제자매들이 이른 시각부터 이곳을 지켰다.

유족들은 밤새 제대로 잠에 들지 못한 듯 황망하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침울한 분위기 속 빈소 바깥으로 나와 담배를 태우며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며 간간이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40대 여성 조문객은 선뜻 빈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입구 앞에 서서 유족과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다른 여성 조문객도 '어떻게 오셨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굳은 얼굴로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저도 어제 갑자기 연락받고 온 것"이라며 "가족인데 어떻게 안 힘들 수가 있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빈소 주변은 유족의 슬픈 침묵만이 짙어졌다. 복도 에어컨 돌아가는 기계음만 '위잉'하고 맴돌 뿐, 침묵 속 참담함과 슬픔이 빈소를 가득 메웠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55분께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 15층 세대 창고방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화재 발생 직후 아파트 화단에서는 불이 난 세대에 거주하는 박모(38)씨와 정모(61)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두 사람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두 사람이 불길을 피해 대피하는 과정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불이 난 집에는 숨진 모자와 아버지 등 가족 3명이 함께 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 정씨는 뇌병변 장애가 있어 거동이 불편했고, 아버지 역시 다리가 불편해 평소 전동휠체어를 이용했다고 한다. 아들 박씨는 결혼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살며 이들을 돌봐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는 화재 당시 외출 중이어서 화를 피했다.

같은 동에 거주하는 70대 주민 A씨는 "어머니는 누워만 계실 정도로 거동을 전혀 못하셨다"며 "아들이 부모님을 모시면서 집안일을 전부 했다. 아들이 참 효자였다"고 말했다.

고인들의 발인은 14일 오전 6시에 엄수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victor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