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침엽수에 알 낳아…가슴 아래 기관으로 적외선 감지
연기 냄새와 열복사 함께 따라가…‘불을 듣는다’는 비유일 뿐
유로뉴스는 7일(현지시간) 유럽 곳곳에서 산불이 이어지는 가운데 침엽수비단벌레의 번식 방식과 생물의 감각을 기술에 옮기는 생체모방 연구를 조명했다. 학명이 ‘멜라노필라 아쿠미나타’(Melanophila acuminata)인 이 곤충은 불탄 나무를 번식지로 삼는다.
암컷 침엽수비단벌레는 불에 그을렸거나 아직 연기가 나는 침엽수의 껍질 밑에 알을 낳는다. 살아 있는 나무는 방어물질과 송진으로 애벌레의 침입을 막지만, 불에 타 죽은 나무는 이런 방어 능력을 잃는다. 불탄 나무에는 경쟁하는 곤충과 애벌레를 잡아먹는 포식자도 상대적으로 적어 애벌레가 자라기 유리하다.
침엽수비단벌레는 불탄 나무를 찾을 때 가슴 아래쪽에 있는 적외선 감각기관 한 쌍을 이용한다. 적외선을 받으면 감각기관 속 액체가 팽창하면서 압력 변화가 생기고, 기계적 자극에 반응하는 신경세포가 이를 감지한다.
이 때문에 침엽수비단벌레는 ‘불을 듣는 벌레’라고도 불리지만 실제로 불이 내는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벌레가 더듬이로 연기 냄새를 맡고 적외선도 감지해 불이 난 방향을 찾는 것으로 본다.
연구자들은 이 적외선 감각기관을 1990년대 후반부터 연구해 센서 개발로 이어갔다. 독일 본대학 연구진은 2004년 벌레의 감각기관을 본뜬 적외선 센서 시제품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벌레의 감각기관 대신 적외선을 받으면 팽창하는 얇은 폴리에틸렌 판을 넣고, 판의 움직임을 감지장치가 측정하도록 설계했다.
연구진은 별도의 냉각장치가 필요 없는 값싼 적외선 센서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봤지만, 2004년 시제품의 감도는 당시 상용 센서보다 약 100배 낮았다. 2011년에 발표된 후속 연구에서는 액체가 열로 팽창할 때 생기는 압력을 얇은 막의 움직임으로 바꿔 측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발전시켰다. 이들 장치는 산불 현장에 투입할 경보기 단계가 아니라 벌레의 감각을 기술로 구현한 연구용 시제품이었다.
침엽수비단벌레는 센서 연구의 모델일 뿐 아니라 불탄 숲에서 죽은 나무가 분해되는 과정에도 관여한다. 애벌레가 죽은 나무 안에 통로를 내면 목재가 잘게 부서져 미생물이 분해하기 쉬워진다. 죽은 나무 속 영양분이 토양으로 돌아가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불탄 숲을 찾아가는 침엽수비단벌레의 적외선 감각은 산불 조기 감지 센서의 실마리가 됐다. 이 벌레는 불탄 나무의 분해를 돕는 동시에 생물의 감각기관이 인간의 센서 설계에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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