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출사표…"교구자치·비구니 참종권 확대"(종합)

기사등록 2026/08/10 14:19:23

교구법 제정·말사 주지 임명권 교구 이양

비구니부 신설·종단 참여 확대…AI 혁신도 공약

"1994년 개혁 이후 개혁정신 제자리걸음"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경우(전 선운사 주지) 스님이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8.1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본사 선운사 주지를 지낸 경우스님이 제38대 총무원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교구법을 제정해 말사 주지 임명권 등을 교구로 넘기는 '지방분권형 교구자치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비구니의 종단 참여 확대, 불교 문화유산 관련 제도 개선 등을 약속했다.

경우스님은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갈등과 지구촌의 위기, 디지털 대전환과 청년층의 종교 이탈이라는 준엄한 시대의 물음 앞에 종단은 어제의 자리에 머물 수 없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출마 배경으로는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개혁 정신이 정체됐다는 진단을 내놨다.

경우스님은 "종교와 우리 불교 종단이 사회를 걱정하고 격려하고 위로해줘야 하는데 요즘은 거꾸로 시민사회가 우리 종교와 불교 종단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세상"이라며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외부적으로는 안정과 화합의 종단처럼 보였으나 내부적으로는 개혁 정신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잘한 것은 계승하고 부족한 부분은 수정·보완해 한국불교 대도약의 시대를 사부대중과 함께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경우(전 선운사 주지) 스님이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자리에는 정념스님, 공감과 미래 보인스님, 선거대책위원장 범해스님, 선거총괄본부장 자공스님, 공감과 미래 탄원스님 등과 신도들이 참석했다. 2026.08.10. pak7130@newsis.com


경우스님이 내놓은 12대 종책 공약의 중심에는 교구자치가 있다. 교구법을 제정해 중앙에 집중된 권한과 책임을 나누고, 각 교구가 지역의 수행과 포교를 주도하는 '지방분권형 교구자치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총무원장이 갖고 있는 말사 주지 임명권 등을 교구로 이양하고 교구 재정을 확충해 교구본사가 실질적인 지역 수행·포교·전법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비구니의 종단 운영 참여 확대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종단 내 비구니 관련 전담부서인 '비구니부'를 신설하고 전국비구니회와 정책 협의를 정례화하는 한편 비구니의 참종권과 종무행정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조계종은 과거에 비해 비구니의 제도적 참여가 확대됐지만, 핵심 권한 가운데 상당 부분은 여전히 비구에게만 열려 있거나 비구니에게 별도의 정원이나 선출 방식을 적용하는 구조다. 비구니는 총무원장과 종정 등 종단 최고 지도자에 출마할 수 없으며, 호계위원과 교구본사 주지 등 일부 주요 직위에서도 자격 제한을 받고 있다.

경우스님은 비구니 참종권을 둘러싼 종단 내 논의와 관련해 "비구니 호계위원 문제라든지 종회를 요구하는 그런 바람들이 차단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자신이 회장을 맡았던 중앙종회 종책모임 '불교광장'과 일부 현안에서 입장이 달랐다는 점도 밝혔다.

경우스님은 "회장 소임을 맡아 안에 들어가 보니 내가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이 구성원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껴 더 이상 회장 소임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해 내려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AI종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종단 통합전산망과 '불교GPT', AI 대장경 아카이브 등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불교 문화유산과 관련해서는 전통사찰 핵심보존지의 종교용지화, 전통사찰 보수정비 자부담 폐지, 문화재관람료 보조금의 보전금 전환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권역별 승려전문 요양수행원 설치와 수행연금 확대, 건강검진 지원 등 승가복지 공약도 내놨다.

경우스님은 출가자의 도덕성 문제에는 엄격한 입장을 밝혔다.

스님은 "우리 종교 지도자와 출가인들이 도덕성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며 "의혹이 있다면 시기를 가리지 않고 밝혀야 하는 일이며, 불교의 사회적 신뢰를 키우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종교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타종교를 늘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은 물론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경우스님은 총무원 사서국장·호법국장·감사국장·사서실장과 중앙종회 사무처장 등을 거쳐 2015년부터 제24교구본사 선운사 주지를 맡았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경우(전 선운사 주지) 스님이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퇴우 정념스님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08.10. pak7130@newsis.com

제38대 총무원장 선거 후보 등록은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며, 선거는 다음 달 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치러진다.

경우스님에 앞서 정념스님이 지난 6일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현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연임 도전 여부와 정념스님이 언급한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 등에 따라 선거 구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