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그섬 선적 7월 31일부터 중단…이란 원유 수출 차질
이란 원유 90% 선적하는 핵심 항구…생산 감축 가능성도
이란-오만, 호르무즈 협상 지연에 브렌트유 83달러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잠정 합의가 결렬된 뒤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이 사실상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8일(현지 시간) 해양정보업체 케이플러와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에 따르면 하르그섬의 석유 수출 터미널은 지난달 31일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해양 정보업체 윈드워드도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카르그항의 주요 하역시설 3곳이 장기간 비어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카르그항 주변 대기 구역에 정박한 선박도 지난 5일 기준 16척으로, 지난달 초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감소했다.
하르그섬은 이란 석유 수출의 핵심 거점이다.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약 90%가 이곳에서 선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해안 상당 부분은 수심이 얕아 대형 유조선의 접안이 어렵기 때문이다.
에너지 애스펙츠의 지정학 책임자 리처드 브론즈는 "봉쇄는 유조선의 출입을 원활하지 않게 만든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원유 수출 차질이 이란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즉각적인 양보로 몰아붙일지는 불확실하다. 브론즈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경제적 손실도 감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약 6개월간 전쟁 기간에도 하르그항에서 선박 선적을 이어왔던 만큼 이번 중단은 전쟁 발발 이후 가장 장기간 이어진 수출 차질 중 하나다.
이란산 원유를 추적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UANI(United Against Nuclear Iran)는 지난달 12일 이후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가는 사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은 휴전 기간 이미 페르시아만을 출항한 원유 화물을 통해 당분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UANI에 따르면 이란 국적 유조선 26척이 최근 말레이시아 해역에 도착했다. 이란산 원유는 통상 말레이시아 인근에서 환적된 뒤 중국 정유시설로 운송된다.
브론즈는 국제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이란이 기존에 선적한 원유를 판매하면서 일시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이 같은 수입원도 수주 내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봉쇄로 이란은 하르그항에서 원유를 실을 빈 유조선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시아에서 원유를 하역한 유조선들이 이란 해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선박은 스리랑카 인근에서 대기 중이며, 다른 선박들은 오만과 파키스탄 인근에서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원유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에너지 애스펙츠는 하르그항의 선적이 중단됐음에도 이란의 석유 저장시설에 원유가 빠르게 쌓이지 않고 있다며, 테헤란이 저장 공간 부족을 피하기 위해 생산량 자체를 줄이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제유가도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정상화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 7일 배럴당 83.55달러로 1.3% 상승 마감했다.
이란과 오만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새로운 항로의 지리적 좌표에 합의했다고 이란 외무부 관계자들이 밝혔지만, 양국이 지난 5일 협상이 "최종 단계"에 들어섰다고 발표한 이후 추가적인 진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협상은 현재 이란과 오만 간 양자 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만족스러운 합의가 이뤄질 경우 미국이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 면제를 복원해 구매자들이 원유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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