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장인혜 인턴 기자 = "결혼할 사람"을 기다리는 대신 "같이 살 친구"와 집을 사는 미국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치솟은 집값과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혼자서는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오랜 친구와 주택을 공동 구매해 비용과 생활을 나누는 '코바잉'이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가 지난 2025년 9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집을 사려던 미국인의 16%는 "마음에 들면서 감당할 수 있는 집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구매를 포기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포기율이 22%로 가장 높았고, X세대 17%, Z세대 12%가 뒤를 이었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단연 집값이었다. 응답자의 28%가 "거주 지역의 집값"을 주택 구매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뱅크레이트의 금융 분석가 스티븐 케이츠는 "미국의 주택 구매 여력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라며 높은 집값과 낮은 공급량,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겹치면서 "지난 5년간 주택을 알아본 사람 6명 중 1명이 완전히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친구와 돈을 모아 집을 사는 방식이 등장했다.
지난 2025년 12월 보도된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의 아만다 펜들턴 주택 동향 전문가는 "10년 전에는 코바잉이 흔한 일이 아니었다"며 "주택 구매 여력 위기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CNBC가 소개한 워싱턴 D.C.에 사는 아이샤 라스코와 재스민 멜빈이 있다.
15년 넘게 친구로 지낸 두 사람은 2025년 초 각각 이혼한 뒤 함께 살 집을 찾다가 침실 5개, 욕실 4개짜리 주택을 90만5000달러(약 12억7700만원)에 공동 구매했다.
두 사람은 주택 가격의 15%인 13만3015달러를 계약금으로 냈으며, 매달 6000달러가 넘는 주택담보대출을 60대40으로 나눠 부담하고 있다.
멜빈은 이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마을'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집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 5명을 함께 돌보며 공동 양육을 하고 있다. 라스코는 자신들의 관계를 "플라토닉 공동 양육자"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있다"며 "우리는 이 일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스코는 친구와 집을 사는 방식이 전통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몇 년밖에 알지 못한 사람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뉴욕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CNBC에 따르면, 28세 길버트 냔타키와 콰메 은크루마는 18년 친구로 지낸 사이로, 2023년 브롱크스에서 73만 달러짜리 3가구 주택을 함께 구매했다. 두 사람은 한 가구에 거주하고 나머지 두 가구를 임대해 얻은 이익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있다.
은크루마는 "우리는 모든 것을 함께한다"며 "룸메이트이자 사업 파트너로 지내는 것이 더 쉬운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친구와 집을 사는 선택이 늘어날수록 법적 준비도 중요해진다. CNBC가 같은 날 소개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 앤디 서킨은 공동구매 전 모든 조건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고 조언하며 합의서를 "보험"에 비유했다.
결국 이들이 사는 것은 단순히 '집 한 채'가 아니다. 높은 집값 때문에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주거비를 친구와 나누고, 육아와 생활까지 함께 책임지는 새로운 공동체를 선택한 것이다.
질로우의 펜들턴은 "주택 소유의 진입 장벽이 높은 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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