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말년 걸작 '불이선란도' 한달간 전시…국중박 서화실 세번째 주인공 '김정희'

기사등록 2026/08/10 09:00:00

8월11일~11월22일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

김정희 작품 등 6건 첫 공개…이건희 기증작 2점도

[서울=뉴시스] 추사 김정희 '불이선란도(보물)' 김정희의 대표작으로 난초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서예적 필묵의 운용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난초 주변 네 차례에 걸쳐 쓴 김정희의 글이 있어, 그림 제작 동기와 방식, 그림 주인이 바뀌게 된 사정을 알 수 있다. 처음 시동 달준에게 주려고 붓 가는 대로 그렸으나 제자 오소산(오규일)이 그림을 보고 억지로 가져갔다는 내용에서 주변 사람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그의 삶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의 글씨가 가로획과 세로획의 차이가 분명하면서도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글에 언급된 인물들로 보아, 이 작품은 1852년 8월 북청 유배를 마치고 경기도 과천에 머물던 말년에 제작되었을 것이다. 김정희가 지향한 그림과 글씨의 이상적인 조화의 경지와,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상에서 완성된 그의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6.08.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에 이어 이번에는 추사 김정희다.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이 세 번째 주제전에서 김정희의 삶과 학문,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전시에서는 말년의 걸작인 보물 '불이선란도'를 한 달여 동안 만날 수 있고, 고(故)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허련과 이하응의 작품도 기증 이후 처음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11일부터 11월22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 주제전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추사 개인의 예술적 성취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가 조선과 중국의 문인, 벗과 제자, 승려 등과 맺은 관계에 주목한다. 삶과 금석학, 문예, 불교 분야에서 이들과 나눈 교유가 김정희의 학문과 예술적 성취로 이어지는 과정을 편지와 서예, 그림, 탑본 등 31건 38점을 통해 보여준다.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은 김정희가 60대 후반에 완성한 말년의 대표작들이다.

보물 '불이선란도'는 난초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서예적인 붓놀림으로 그려 그림과 글씨가 하나로 어우러진 김정희의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처음 시동 달준에게 주려고 그렸으나 제자 오규일이 그림을 보고 가져갔다는 내용에서 주변 사람들과 격의 없이 지낸 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불이선란도'는 오는 9월13일까지만 전시되며 이후 김정희의 '함추각 행서대련'으로 교체된다.

1856년 71세에 쓴 '산호가·비취병 대련'과 '해붕대사화상찬'도 함께 선보인다. '산호가·비취병 대련'은 김정희가 말년 과천 봉은사에 머물던 시절 제자를 위해 쓴 작품으로, 필획의 굵기 차이가 크고 조화로운 말년 추사체의 특징을 보여준다.

같은 해 쓴 '해붕대사화상찬'은 해붕대사를 기리는 글로, 그의 해서체 중 최고의 명작으로 꼽힌다.

[서울=뉴시스] 추사 김정희 '산호가·비취병 대련' 말년의 김정희는 불교에 깊게 귀의해 과천 봉은사에 머물었고, 이곳에서 걸작을 많이 남겼다. 이 행서의 우측 폭의 작은 글씨 첫 구절이 "외진 절에서 바라보는 산풍경이 매우 기이하여"로 시작하고, 좌측 폭의 작은 글씨로 "칠십일과"로 적혀 있어 71세 봉은사에서 지내던 시절에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우측 폭 작은 글씨 중 "요선을 위해 글씨를 쓴다"라고 적혀 있어 북청 유배 시절의 제자 요선 유치전을 위해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붓과 산호 붓걸이, 꽃과 비취색 꽃병과 같은 귀한 기물 관련 문구를 행서로 썼다. 말년 아픈 상황이었음에도 글씨가 힘차고 자유롭다. 필획의 굵기 차이가 크고 조화로운 말년 추사체의 특징이 잘 살아 있다. 생애 마지막을 화려하게 수놓은 걸작이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6.08.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 6건 6점도 처음 선보인다.

이 가운데 김정희의 작품은 3점이다. 34세 때인 1819년 부친 김노경의 예조판서 임명과 자신의 문과 급제 소식을 전한 '황해도 무관에게 보낸 편지', 북청 유배 시절 발견한 돌화살촉을 고증하며 지은 시를 쓴 '석노시첩', 제주 유배 중 청나라 문인 오숭량의 그림에 지어 보낸 시 '기유십육도시첩'이다.

주학년이 그리고 김정희가 스승으로 모신 청나라 학자 옹방강과 완원 등이 감상 글을 남긴 '소동파입극도'도 처음 공개된다.

또 김정희의 제자인 허련의 '원나라 화가 예찬풍 산수도'와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32세 때 김정희의 난초 그림을 본떠 그린 '묵란도권'은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으로, 기증 이후 처음 전시된다.

[서울=뉴시스] 추사 김정희 '해붕대사화상찬' 김정희는 1815년 수락산 학림암으로 해붕대사를 찾아가 불교에 대해 토론했고 그날 초의선사를 만났다. 이처럼 김정희는 여러 승려와 깊이 사귀었고 불교에 조예가 깊었다. 해붕대사의 초상화를 제자 호운스님이 완성하고 그에게 글을 요청했다. 세상을 떠나기 5개월 전 김정희는 이를 수락하는 답장을 보냈다. 해붕대사의 사상을 전하는 찬문은 단정하면서 부드러움을 잃지 않았다. 그의 해서체 글씨 중 최고의 명작이다. 찬문의 오른쪽에는 이 글을 보고 감회에 깊이 젖은 초의선사가 지은 글과 김정희가 호운스님에게 쓴 답장이 이어져 있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6.08.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김정희의 편지와 일상 ▲함께 성취한 금석학 성과 ▲추사 김정희의 문예교유 ▲추사 김정희의 벗, 불교 등 4부로 구성된다.

김정희가 아내와 벗, 제자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가족에 대한 애정과 유배 생활의 고독을 들여다볼 수 있다. 금석학 분야에서는 김정희가 경주 무장사 풀숲에서 찾아낸 통일신라 '무장사 아미타불 조성기비 편' 등을 통해 벗들과 함께 비석을 찾고 고증했던 과정을 소개한다.

평생지기 권돈인과의 교유, 청나라 문인들과 주고받은 시와 그림도 만날 수 있다. 김정희의 제자 허련과 이하응으로 이어지는 예술적 계승 관계도 함께 살펴본다.

불교와 김정희의 관계도 조명한다. 신부의 차이를 뛰어넘어 우정을 나눈 최의에게 보낸 편지, 불교 이론을 논했던 고승 해붕과 백파를 기리는 글 등에서 불교가 김정희의 삼과 예술에 어떤 정신적 기반이 됐는지 보여준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추사 김정희를 둘러싼 사람들과 그의 삶과 학문, 예술을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라며 "다양한 분야의 교류가 어떻게 뛰어난 예술적 성취로 이어졌는지 살펴보며, 김정희가 지역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사귀고 학문의 경계를 넘으며 옛것을 바탕으로 이뤄낸 탁월한 서화의 경지를 깊이 감상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세 번째 주제전시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 홍보물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6.08.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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