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선풍기 부채…모양도 그림도 '예술품'
체온 낮추는 등등거리, 잠자리 필수품 죽부인
무더위 속 건강 기원하는 민속 의례 유물도
[서울=뉴시스] 한이재 기자 =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시절, 우리 선조들은 한여름 무더위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손안의 선풍기' 부채부터 몸에 바람길을 만든 등등거리, 잠자리를 시원하게 한 죽부인, 갈증을 달래던 앵두화채까지. 국립민속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에는 냉방기기 하나 없던 시대를 살아낸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담겨 있다.
선조들의 대표적인 여름 필수품은 단연 부채였다.
부채는 단순히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가 아니었다. 태극선을 비롯해 합죽선, 단선, 윤선, 파초선 등 용도와 모양이 다채로웠다.
실용품인 동시에 예술품이기도 했다. 부채면에 산수화와 글씨를 그린 '선면화'는 더위를 식히는 도구를 넘어 감상의 대상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전 만운 필 선면 산수도'는 부채 위에 산수 풍경을 담아 실용성과 예술성을 함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체온을 낮춰주는 생활용품도 눈길을 끈다.
등등거리는 잘게 쪼갠 등나무 줄기를 엮어 만든 여름용 상의다. 옷이 등에 달라붙지 않도록 띄워 바람이 잘 통하게 만든 것으로, 오늘날 기능성 냉감 의류를 떠올리게 한다.
죽부인은 대오리를 둥글게 엮어 만든 원통형 피서용품이다. 잠잘 때 팔이나 다리를 올려두면 몸에 열이 차는 것을 줄여줘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름 침구로 사랑받았다.
먹거리와 민속 의례 역시 무더위를 이겨내는 한 축이었다. 단오 무렵 즐겨 먹던 '앵두화채'는 앵두와 오미자를 활용해 여름철 갈증을 식히고 기력을 보충하던 별미였다.
질병과 재난이 잦았던 한여름에는 굿과 같은 민속 의례를 통해 액운을 막고 평안을 기원했다.
무당이 잡귀를 제압할 때 사용한 '작두'나 다섯 방위의 신장을 상징하는 '오방신장기' 등은 당시 사람들의 신앙과 세계관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오늘날 냉방기기가 더위를 해결한다면, 선조들은 생활용품과 음식, 그리고 공동체의 의례를 통해 무더위를 견디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던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같은 여름 관련 소장품을 잇달아 소개하며 무더위 속 선조들의 생활문화와 여름나기 지혜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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