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후폭풍…"작은 오판도 처벌" 형사들 술렁·위기감

기사등록 2026/08/09 08:02:00 최종수정 2026/08/09 08:04:19

"누가 형사하겠습니까"…흔들리는 광주 경찰

강력팀장·형사과장 수사에 일선 형사들 위축

"작은 판단 착오도 형사처벌 이어질 수 있어"

보완수사권 폐지, 중수청 출범에 부담 가중도

숙련형사 이탈 가속·형사부서 기피 심화 우려

[전남광주=뉴시스] 양시원 기자 = 광주지검 수사관들이 7일 오전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 등지에서 장윤기 여고생 살인 사건의 부실 수사와 경찰 유착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goodwrite97@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박기웅 이현행 기자 = 장윤기 여고생 살인사건 초동수사 과정에서 당시 수사팀이 증거인멸방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후 광주경찰 내부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제대로 확보·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분명히 따져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지만 형사부서 기피와 숙련 인력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경찰청 소속 일선 형사들 사이에서는 수사 과정의 작은 판단 착오나 절차상 실수도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한 강력계 형사는 "예전보다 증거와 기록을 훨씬 꼼꼼하게 확인하다 보니 업무량과 번거로움이 크게 늘었다"며 "사건 하나를 법정 처리기한 안에 끝내기도 벅찬 구조인데 사회에서는 일선 경찰 전체를 불신하는 시선이 강해 직원들이 심적으로 많이 의기소침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일선에서는 내년 정기인사를 전후해 형사부서를 떠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팀장급 경찰관은 "사건을 처리할 때마다 결과보다 과정과 절차를 더 의식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됐다"며 "예전에는 사건 해결을 고민했다면 지금은 감찰부터 걱정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와 책임은 계속 커지는데 작은 판단 착오나 절차상 실수도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형사부서를 떠나려는 움직임이 빨라질까 가장 걱정"이라며 "특히 여성청소년과나 강력팀은 부담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0월부터 시행되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는 점도 현장 경찰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가 사라지면서 경찰이 사건의 완결성과 책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떠안아야 하는 만큼 일선에서는 "권한보다 책임이 더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형사들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수사 경험을 인정받고 처우도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젊은 경위·경감급 수사 인력이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형사는 "경찰 조직에 대한 배신감이나 회의감을 느끼는 직원들도 많다"며 "차라리 중수청에 가면 수사 경험을 인정받고 지금 같은 대우는 받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젊은 경위급 직원들이 중수청을 선택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경감이 8일 오전 전남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07.08. leeyj2578@newsis.com

이번 사건이 개인의 잘못만으로 볼 수 없는 경찰 조직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베테랑 형사는 "강력팀은 경험이 축적될수록 수사 완성도가 높아지는 분야"라며 "당시 광산서 강력팀 구성원들은 수사 경험이 많지 않은 직원들이었다. 중대 사건을 맡을 만큼 숙련된 형사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광산서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지원자는 줄고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이 강력팀에 배치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숙련 형사는 빠져나가고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이 다시 중대 사건을 맡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런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경찰 공무원직장협의회도 최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경찰 지휘부의 특단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검찰은 지난 3일 장윤기 사건 초동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방조하고 수사기밀을 누설한 혐의 등으로 당시 광산경찰서 강력팀장을 구속기소하고 팀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장윤기 사건 당시 형사과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두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법원은 두 차례 모두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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