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돌려차기' 발언 선 넘은 의원들, 피해자가 용서하면 끝인가

기사등록 2026/08/07 13:58:23
[서울=뉴시스] 김지훈 기자 = "저는 정말 괜찮고, 이 사유로 누군가가 징계받길 원하지 않습니다…제가 괜찮다고 하는데 징계위원회에서 처벌을 내린다면, 그 징계를 내린 사람들에게 징계를 요청할 것이다."

돌려차기 피해자 초청 간담회에서 "돌려차기 한판 하지"라는 서범수 의원의 실언에 "발보다 손을 더 잘 쓴다"고 맞장구쳐 도마에 오른 진종오 의원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를 찾아가 사과했다며 페이스북에 공개한 피해자가 쓴 손편지의 한 구절이다.

서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와 통화하고, 제 발언에 대해 직접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고 적었다. 두 의원의 SNS 메시지는 '사과했고, 용서받았고, 앞으로 겸손하겠다' 정도로 요약된다.

보복 범죄까지 걱정했던 김씨가 국회의원이 주최한 공개 간담회에 기꺼이 참석한 것은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더라면 자신이 겪은 사건이 '강간 등 살인미수'가 아닌 '중상해' 폭행 사건으로 마무리됐을 거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나아가 보완수사권 폐지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기 위해서다.

그런 자리에서, 비록 피해자가 간담회장에 오기 전이었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 동료의원을 향해 "돌려차기 한판 하지"라고 한 발언이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았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일까.

국민의힘의 한 국회의원은 수해 복구 현장에서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알려지면서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만큼 공인은 말과 행동에 무거운 책임이 뒤따른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신변에 대한 위협을 무릅쓰고 용기 내어 나온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커녕 희화화했다는 점에서 더 엄중하게 봐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 사건에 대한 징계 요구가 계파 갈등으로 비쳐질 일도 아니다.

아울러 중대 범죄 사건 피해자를 가림막 같은 조치 없이 공개된 장소에서 카메라 앞에 세우는 것이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옳은 일일지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 아닐까 싶다.

김씨는 간담회에서 "좋은 정치는 피해자들을 이용하더라도 그 제도를 바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신들이 유리할 때만 피해자, 고인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나쁜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이용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용기를 냈다. 해서는 안될 말을 주고 받은 서범수 의원과 진종오 의원은 나쁜 정치인인지 아니면 좋은 정치인인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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