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한국중부발전, 산안법상 '도급인' 아냐"
본부장 등 관계자 3명도 무죄 취지로 판단해
시공사 금호건설, 2차 수급업체는 유죄 확정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근 한국중부발전 본부장 A씨 등 관계자 3명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내 다시 심리하게 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계전부 차장과 대리는 각각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무죄 취지로 파기된 것이다. 한국중부발전 법인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5000만원을 받았으나 함께 파기환송됐다.
시공사 금호건설의 현장소장 B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전기제어공사 업체 현장소장 C씨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금호건설과 전기제어업체도 각 벌금 5000만원, 벌금 1000만원이 각 확정됐다.
이들은 2020년 4월 10일 충남 서천군 서면 신서천화력발전소 건설 공사 현장 변압기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일하던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를 입은 근로자들은 발전소 배연탈황설비(황산화물을 제거하는 환경오염 방지 시설) 변압기 가동을 시험하던 중 아크(불꽃)가 폭발하며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한국중부발전, 금호건설, 전기제어업체 및 그 임직원들이 근로자에게 보호복을 입히거나 접근 금지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예방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한국중부발전과 금호건설 및 임직원은 2020년 5월 정기검사에서 적발된 전기작업계획서 미작성, 안전난간 미설치 등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의 쟁점은 한국중부발전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의무가 없는 '건설공사 발주자'로 봐야 하는지였다.
한국중부발전은 2016년 6월 신서천화력발전소 공사를 시공하며 27개 업체에 업무를 분리해 맡겼다. 재판에 넘겨진 금호건설과 전기제어업체는 그 중 배연탈황설비 설치 공사를 맡았던 1차, 2차 수급 업체였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예방조치 위반 등으로 빚어진 사고로 근로자가 숨진 경우 공사를 맡겼던 '도급인'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한다.
건설공사를 맡긴 뒤 공사를 총괄·관리하지 않는 사업주는 '건설공사발주자'로 규정돼 이런 의무가 없다.
1심은 한국중부발전이 배연탈황 설비 관련 면허나 전문 인력이 없는 만큼 '건설공사 발주자'에 그친다고 판단하고 이 회사와 2차 수급업체인 전기제어업체 측에 무죄를 선고했다.
금호건설과 소속 현장소장에 대해선 2020년 5월 정기 검사 적발 부분만 유죄로 인정해 각 벌금 500만원을 내렸다.
항소심은 한국중부발전이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로 뒤집었다. 한국중부발전이 본부장급 조직을 설치해 27개 수급업체들을 총괄하고 위해요소를 직접 관리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금호건설과 전기제어업체도 공사 수급인으로서 안전조치 및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한국중부발전을 도급인이 아닌 건설공사 발주자인 만큼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도급인 여부를 판단하려면 사업주가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 및 위험 요소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 및 관리 권한을 갖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근거로 들었다.
한국중부발전이 수급업체들과 매주 공정회의를 주관하며 점검, 조정, 확인 조치를 해 왔지만 도급사로 볼 만큼 시공을 총괄해 왔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봤다.
사고가 난 변압기는 시공사인 금호건설이 공사 전반을 수행했고, 안전보건 위험성 평가 등을 자체적으로 진행해 왔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금호건설과 전기제어업체 부분은 항소심의 판단을 수긍해 두 회사와 관계자들의 유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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