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직무 관련 업체가 제공한 돈이 포함된 사실을 알지 못한 공무원에게 청렴의무 위반 책임까지 물어 감봉한 처분은 지나쳐 취소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법 행정1부(부장판사 정석원)는 경주시 공무원 A씨가 경주시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2022년에 임용된 A씨는 2023년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경주시 정책기획관실 예산팀에서 근무했다.
경상북도 감사관은 A씨가 발주 예정 업체에서 받은 원가산출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인쇄비를 17차례에 걸쳐 2970만원가량 과다 집행하고 직무 관련 업체들이 제공한 돈이 포함된 경비로 태국 여행을 다녀왔다고 봤다. 여행을 위해 연가나 조퇴 신청 없이 근무지를 3시간가량 무단 이탈한 사실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경주시는 지난해 4월 성실의무와 청렴의무, 직장이탈 금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A씨에게 강등과 징계부가금 123만원 처분을 내렸다. 이후 경상북도 지방소청심사위원회는 징계 사유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처분이 지나치다며 강등을 감봉 1개월로 낮췄다.
이에 A씨는 "업무처리상의 과실에 불과하므로 징계를 부과할 정도의 비위라 할 수 없고 해외여행 경비나 명절위로금의 출처가 직무 관련 업체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며 "해외여행 경비 또는 명절상품권은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제공한 위로·격려 목적의 금품으로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며 처분사유 부존재, 재량권 일탈·남용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인쇄원가를 검토하지 않고 예산을 집행한 행위와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행위는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다만 A씨가 여행경비 103만원과 명절위로금 20만원의 출처를 직무 관련 업체로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임용된 지 1년2개월에 불과했던 A씨가 해당 돈을 상급자가 주는 위로·격려금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다.
법원은 가장 무거운 청렴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머지 징계 사유만으로 감봉 1개월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봤다. 관련 업체에서 현금 30여만원~60여만원을 받은 다른 공무원들이 '훈계' 처분을 받은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예산팀 근무 경력이 6개월에 불과해 전임자의 업무 방식을 답습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질러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을 감안하더라도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적지 않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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