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모건스탠리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3.4%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모건스탠리뿐만 아니라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2%까지 높아졌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면서 2021년 이후 5년 만에 우리 경제가 3% 넘는 성장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최근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외형적인 경기 상황은 뚜렷한 상승 흐름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 1.8%, 2분기 0.6%를 기록하며 주요국 중 가장 양호한 경기 회복세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기록적인 증가세를 나타내며 6월 사상 처음으로 500억 달러에 근접했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 성장세는 반도체 호황에 크게 의존한 측면이 있다. 성장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아 청년·제조업·건설업 분야 고용은 여전히 부진하다. 중소상공인들의 경영난과 자산·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잠재성장률은 오히려 빠른 속도로 하락 중이라는 점도 고민거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24년 2.45%에서 지난해 1.85%로 하락했다. 올해는 잠재성장률이 1.66%, 내년에는 1.5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기 위해 3대 메가프로젝트(반도체·AI·데이터센터)에 적극 투자하고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산업에도 AI와 로봇 기술을 적용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경제 구조혁신 드라이브가 제조업 분야에 무게가 실려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서비스 산업도 매우 큰 성장과 고용, 부가가치 창출 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3.4%로 미국(81.3%), 영국(80.1%), 일본(70.3%)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서비스업은 전체 고용의 70%를 차지하지만 부가가치 창출 비중은 60% 정도에 불과해 생산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관광·의료·금융·문화 등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제조업도 연구개발(R&D), 디자인, 유통 등의 서비스 업종과 전후방으로 연계될 때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설립하는 내용 등을 담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국회에서 15년째 발이 묶여 있다. 서비스업은 업종별로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등 담당 부처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고 다양한 이해 관계에 엮여 있어 정책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2010년대 재정위기를 겪으며 '유럽의 문제아'로 여겨졌던 스페인이 관광 산업 등을 기반으로 현재 선진국 중 가장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는 '모범생'으로 거듭난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페인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유럽연합(EU)에서 지원받은 경기회복기금(NGEU)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경제 재도약에 성공했다. 스페인의 주력 산업인 관광업은 정부가 추진한 디지털화 정책을 기반으로 금융·정보통신 등 서비스와 연계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거듭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스페인의 관광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관광객 수와 관관 수입 측면에서 모두 세계 2~3위권으로 부상했다. 스페인은 2021년과 2022년 6% 대의 성장률을 기록한 뒤 2023년(2.5%), 2024년(3.2%), 2025년(2.9%)에도 2% 중후반대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2012년 0.11%까지 추락했던 잠재성장률도 2% 대를 회복했다.
반도체 호황이라는 기회를 맞은 우리나라도 더 큰 도약을 준비할 때라는 생각이다. 우리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동시에 고용과 내수 회복을 통해 양극화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범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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