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 통제권, 미·이스라엘 공격 막을 것으로 기대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결국 받아 들인다"에 걸어
고유가 지속 안 돼 효과 반감…봉쇄로 경제난 심화
걸프국가들 통행료 감수하며 통행 재개 희망하지만…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란 지도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 장악을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정하면서 이례적인 도박을 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란은 세계 원유 흐름에 결정적인 해협에 대한 권한을 주장함으로써 미국 경제에 고통을 가할 수 있게 되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피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데 걸고 있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가 결국 자신들의 조건을 받아들일 것으로 믿는다.
이란의 도박은 트럼프가 전면전보다 어수선하고 불안정한 교착 상태를 선호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의 인내 한계를 잘못 계산하고 자국의 경제적 생존을 위협할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베남 벤 탈레블루 이란 전문가는 이란의 “극단적 요구가 장기적으로 이란의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협 통제를 놓고 이란 정부 내부에도 균열이 있다.
이란과 아랍의 당국자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한 자문에 따르면, IRGC는 핵 프로그램과 역내 친 이란 민병대 세력이 약화된 뒤 호르무즈 통제를 서방에 압력을 가할 가장 중요한 도구로 여기고 있다.
이란군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28일 기습 공격을 개시한 이래 큰 손실을 입었음에도 해협에서 선박을 괴롭히고 페르시아만의 미국 자산을 공격함으로써 미국의 발을 묶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란의 온건파들은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에 맞서 미국이 시행하는 봉쇄가 이란 경제를 붕괴 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의 경제성장률이 2026년에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IMF에 따르면 이란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약 69%이며, 이란 국민들은 연료 부족과 각종 궁핍에 직면해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하면서 페르시아만의 석유 흐름이 전쟁 전 수준의 약 36%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한 적이 없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사우디 석유를 가로막고 있는데도 4일 원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를 밑돌았다.
이란 전쟁 직전 세계는 석유 공급이 과잉상태였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지난해 6월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한 뒤 중국이 "낌새를 읽고" 석유를 비축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다.
이란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이 석유 구매를 줄여 가격을 낮게 유지해 왔고, 다시 늘릴 기미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올 연말 전 세계적으로 석유 비축분이 소진되면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수도 있다.
이란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임시 항로를 만들기 위해 오만과 협상하고 있다. 이란은 해협 통행료를 걷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집트, 파키스탄, 카타르의 중재자들은 해협에 대한 임시 해법이 마련되면 미국과 이란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4일 이란의 “핵 야망과 관련된 큰 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많은 관심이 쏠려 있는 임박한 합의는 해협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의 발언은 핵 협상을 재개하기 전에 호르무즈를 완전히 재개방하는 합의를 이루려는 트럼프의 희망을 반영한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대체 석유 수송로를 만들어 내면서, 이란의 지렛대가 약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우회로들 역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의 사정거리 안에 있기에 걸프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과거의 현상 유지 상태로 되돌리려 애쓰고 있다.
걸프국가들은 통행료를 내는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란이 자신들에 대해 정치적 지렛대를 갖게 되는 것을 더 우려한다.
이란이 어느 날은 유조선을 들여보내고 다음 날은 들여보내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은 걸프국가들에게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