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화 방어하며 원화도 소환…韓 환율 안정 '우군' 되나

기사등록 2026/08/06 06:03:00 최종수정 2026/08/06 06:11:42

엔저, 아시아 통화 연쇄 약세·미 국채 매도 우려

대미투자는 수요 압력…경쟁적 평가절하는 아냐

정부 원화 방어와 美 이해 일치…개입 가능성은↓

[베이징=AP/뉴시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만찬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2026.05.14.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미국이 28년 만에 일본과 함께 엔화 방어에 나선 데 이어 한국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원화 언급이 당국의 환율 방어를 제약하는 압박이라기보다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 즉 달러 환율 상승을 막아주는 우군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관계부처와 외신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4일(현지 시간) CNBC 인터뷰에서 "안정적인 엔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에 중요하다"며 "엔화가 상당히 약해지면 다른 통화들도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원화에서 과도한 변동성을 목격했다"며 중국 위안화 역시 저평가됐다는 시각이 많다고 언급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원화를 겨냥한 독립적인 경고라기보다 미·일 공동 개입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엔저의 파급 사례로 원화를 든 데 가깝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4엔에 육박하며 198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31일 엔화를 사들이는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개입한 배경에는 엔저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통화 약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통화 약세를 용인하면 미국의 관세·제조업 정책 효과도 약해질 수 있다.

일본의 미 국채 매도 가능성도 미국에는 부담이다. 일본이 엔화 매입에 필요한 달러를 확보하려 미 국채를 대량 처분하면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할 수 있다.

베선트 장관이 일본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외국·국제통화당국 환매조건부채권(FIMA Repo) 활용과 한도 확대를 거론한 것도 미 국채를 팔지 않고 달러를 조달할 길을 열어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슬라마바드=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을 중재한 파키스탄이 미국에 100억달러(약 14조8000억원) 규모의 외환 지원을 요청했다. 2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매체 돈(Dawn),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무함마드 아우랑제브 파키스탄 재무장관은 워싱턴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외환 안정 지원제도 조성을 제안했다. 사진은 2019년 5월 17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환전소에서 한 직원이 달러 지폐를 세는 모습. 2026.07.23.

한국과 일본이 관세협상을 통해 약속한 각각 3500억 달러와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도 원·엔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국 통화를 팔아 달러를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미 투자 약정이 최근 원화 약세를 직접 유발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투자는 아직 본격적으로 집행되지 않았고 한미 양국은 연간 달러 유출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정했다.

한미 금리 차와 거주자의 해외투자, 국민연금의 달러 수요, 수출기업의 해외 달러 보유 등 구조적 수급 요인도 함께 작용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무역수지 등을 고려하면 원화 가치가 현재 수준까지 떨어질 이유는 크지 않았다"면서도 "국내로 달러가 원활하게 들어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이어지면서 수출기업도 달러를 해외에 보유할 유인이 컸다는 것이다..

대미 투자로 달러 수요가 늘어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경쟁적 평가절하와도 다르다.

경쟁적 평가절하는 정부가 수출 경쟁력을 높일 목적으로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하는 행위다.

한국 정부는 오히려 고환율을 낮추기 위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수출기업의 환전 유도 등 원화 강세 방향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해 9월 한미 환율정책 공동성명에서 과도한 절상과 절하에 대응하는 외환시장 개입을 모두 인정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한국 당국의 원화 방어에 힘을 실어주는 신호인 셈이다.

다만 미국이 일본과 마찬가지로 원화 매입에 직접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 미 국채시장과 미국 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큰 반면 원화는 미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미국이 관심을 두는 핵심은 원화 가치 자체보다 미 국채시장과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며 "한국은 환율 때문에 대미 투자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지만 미국이 원화시장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달러·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2026.07.17. park769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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