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그림·풍경에서 내면의 소리를 듣다…'흰 비둘기가 사는 곳'

기사등록 2026/08/05 10:39:29

화가 수연의 이탈리아 아싸시 여행기

[서울=뉴시스] '흰 비둘기가 사는 곳: 아씨시에서 보낸 3일' (사진=현현에피파니 제공) 2026.08.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명화를 보기 위해 떠난 여행은 결국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이 됐다.

화가 수연의 에세이 '흰 비둘기가 사는 곳: 아씨시에서 보낸 3일'(현현에피파니)은 저자가 2017년 1월 22일간의 이탈리아 여행 중 아씨시에서 보낸 사흘을 일기 형식으로 엮은 기록이다.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도시 아씨시는 성 프란치스코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순례지다. 저자는 조토의 그림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지만, 여행은 예술 감상을 넘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화가 조토의 그림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고 그림과 풍경을 보며 결국 가장 집중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스스로의 목소리였다. 발길이 닿는 곳, 눈길이 머무르는 곳에서 떠오른 단상을 일기장에 기록하면서 가장 내밀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서문' 중)

작가는 여행지의 풍경과 미술 작품, 낯선 사람들과의 짧은 만남을 따라가며 그림을 그리는 일과 유년의 기억, 여성의 삶, 이타심에 대한 생각을 차분하게 풀어낸다. 9년이 지난 지금 다시 꺼내 읽은 여행 일기에는 당시 자신의 내면이 가장 솔직하게 담겨 있다고 말한다.

책은 부산 영도에서의 어린 시절 기억으로 시선을 넓힌다. 늘 곁에 있어 당연했던 풍경이 여행을 통해 새롭게 다가오듯, 익숙한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담담한 문장으로 기록한다.

"한 번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영도의 색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는 것은 그 속에 있을 때가 아니라 그것을 떠난 후일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면 영도가 또 다르게 보일까." ('9일 차' 중)

에세이는 여행 9일 차부터 11일 차까지 아씨시에서의 시간을 따라간다. 낯선 도시에서 만난 예술과 사람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사유의 여정을 담백하게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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