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깊은 정서적 교감 입증해야"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사실혼 배우자가 반려묘를 데려가려다 실종·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을 받을 수 있을까. 전문가는 반려동물과 깊은 정서적 유대관계가 인정되고 상대방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입증된다면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박선아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3일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해 사실혼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반려묘를 강제로 데려가려다 반려묘가 도망쳐 숨진 사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사연에 따르면 여성은 5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키운 반려묘를 주로 돌봐왔다. 별거를 앞두고 남편이 반려묘를 데려가겠다며 다툼을 벌인 뒤 집을 나갔고 이후 여성이 집을 비운 사이 몰래 집에 들어와 반려묘를 데려가려 했다.
이 과정에서 놀란 반려묘는 집 밖으로 달아났고, 며칠 뒤 다른 개에게 물려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은 반려묘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다시 함께 살자고 제안했지만 여성은 용서할 수 없다며 사실혼을 정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반려묘를 죽음으로 내몬 남편에게 위자료를 청구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박 변호사는 "반려동물은 민법상 '물건'으로 간주되지만 최근 법원은 반려동물과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고려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정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방의 행위가 단순 과실을 넘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고 반려동물과의 깊은 정서적 교감을 입증할 수 있다면 재산상 손해배상 외에도 위자료를 적극적으로 주장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함께 생활한 기간과 사진, 영상, 동물병원 진료기록 등 반려동물과의 유대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남편이 무단으로 집에 들어온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사실혼 부부라도 별거 중이거나 관계가 파탄된 상태에서 상대방 의사에 반해 주거지에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남편의 행위가 반려묘의 실종과 사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됐고 고의성이 인정된다면 재물손괴죄도 성립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과실로 판정되면 재물손괴죄 인정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시댁의 지속적 간섭과 이를 방관한 남편의 태도 역시 위자료 산정에 반영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 변호사는 "시댁의 부당한 대우를 남편이 막지 않았거나 오히려 동조했다면 배우자의 부당한 대우에 해당할 수 있다"며 "위자료는 혼인생활 전반의 귀책사유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남편의 행위와 반려묘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할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상대방이 반려묘를 데려가려 했던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나 침입을 인정하는 발언, 목격자 진술, 사건 직후 작성한 문자와 일기, 수의사의 소견 등을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남편이 계속 찾아오거나 위협할 경우 접근금지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스토킹이나 위협이 이어진다면 가정폭력처벌법이나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접근금지 신청이 가능하다"며 "법원의 명령이 내려지면 상대방은 주거지나 직장 100m 이내 접근이 제한되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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