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故이예람 사건' 알고도 한달간 미보고…軍센터장 무죄 확정

기사등록 2026/08/02 07:00:00 최종수정 2026/08/02 07:09:06

사건 한달 늦게 보고한 공군 양성평등센터장

기소 약 5년 만 대법서 '직무유기' 무죄 확정

유족 늦장보고 책임 물었으나…"징계도 안 돼"

[서울=뉴시스] 공군 성추행 사건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의 피해 사실을 신고 받고도 한 달간 보고하지 않았던 전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장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재판에 넘겨진 지 약 5년만이다. 2024년 7월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이예람 중사 봉안식에서 고인의 영정사진과 유해가 충혼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08.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공군 성추행 사건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의 피해 사실을 신고 받고도 한 달간 보고하지 않았던 전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장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재판에 넘겨진 지 약 5년만이다.

'늦장 대응'으로 인해 이 중사가 목숨을 잃게 됐다면서 유족 측이 고소한 사건인데, 법원은 한 달 후 정기보고가 이뤄졌으니 수시보고를 안 한 게 문제가 안 된다고 봤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근 전직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장 이모씨의 직무유기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성폭력 사건을 인지하면 수시 개요보고를 하라는 국방부 지침과 달리 이 중사 사건을 접수 받고 한 달 뒤 보고했다는 혐의로 2021년 불구속 기소됐다.

해당 지침은 2020년 1월 하달됐는데, 이씨는 피해자의 인적정보와 상세 피해사실이 담긴 수시 개요보고가 이뤄지면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시보고를 하지 말도록 실무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이 중사 사건의 경우 사건 발생 사흘째인 2021년 3월 5일 접수됐으나, 한 달이 지난 그해 4월 6일 월간 정기보고에 포함돼 보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사는 2021년 3월 2일 같은 부대 소속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군 검찰 수사 중이던 그해 5월 22일 20전투비행단(20비)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이 중사가 숨진 후인 2021년 6월 국회에 출석해 "지침을 미숙지했다"는 해명을 내놨고, 유족 측은 "의도적 축소"라고 주장하며 그를 군 검찰에 고소했다.

법원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직무유기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차가해를 우려해 월간 정기보고를 진행한 것은 정당하고, 오히려 수시보고를 요구한 군 지침이 관련 훈령에 어긋난다는 취지였다.
[서울=뉴시스] 공군 내 성폭력 피해자인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가 지난 2023년 6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의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08.02. photo@newsis.com
1심 재판부는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에서 하달한 성폭력 사건의 상세보고(수시보고)에 관한 내용은 법령에 근거가 없는 것으로 직무유기죄 기초가 되는 직무집행의무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어 "국방부에 대한 보고 의무는 피해자 지원에 있어 즉시 처리할 중요한 직무는 아니다"라며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에서 국방부에 성폭력 사건에 관한 정기보고를 한 이상 직무유기로 의율할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군 검찰의 항소와 상고를 기각했다.

기소 당시 군무원 신분이던 이씨는 군사법원 1심 도중 군과 계약이 종료돼 민간인 신분으로 전환되면서 2022년 1월부터 민간 법원에서 재판을 받아 왔다.

이 중사 유족을 도운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장은 "유족 입장에선 센터에서 기민하게 잘 대응하고 선제 조치했다면 적어도 이 중사가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김 소장은 "법리적 문제와 별개로 공군도 이씨의 징계 시점을 놓치며 이씨가 부담해야 할 도덕적, 행정적 책임을 전혀 지우지 못했다"며 "지금도 사건이 장기화되면서 피해자들이 보호를 받지 못한 채로 부담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일이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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