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 29개 위력" 유럽 산불 키운 '거대한 화약고'

기사등록 2026/07/30 19:42:50 최종수정 2026/07/30 19:46:39
[비베르=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비베르 산불 현장에서 소방 항공기 한 대가 지연제를 뿌리고 있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은 스페인에서 올해 현재까지 산불로 27만5000㏊가 불에 탔다고 밝혔는데 이는 2006년 이후 연평균 6만7000㏊의 4배가 넘는 규모다. 2022.08.18.

[서울=뉴시스]이기주 인턴 기자 = 유럽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기후 변화가 새로운 형태의 산불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폭우 뒤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과 건조한 날씨가 거대한 산불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는 지적했다.

지난 2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 주요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은 유난히 습했던 겨울과 이후 이어진 극심한 폭염이 맞물리면서 발생했다. 겨울철 많은 강수량으로 식물이 빠르게 자란 뒤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을 키우는 가연성 물질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인근에서는 10만 에이커(약 404㎢) 이상의 산림이 불에 탔고, 산불 확산으로 주민과 관광객 등 22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스페인에서도 올해 들어 37만 에이커(약 1497㎢) 이상의 지역이 산불 피해를 입었다.

이번 산불은 거대한 화재성 폭풍우인 '파이로큐뮬로님버스(pyrocumulonimbus·화재 적란운)'까지 만들어냈다. 강한 열기가 연기를 머금은 공기를 끌어올리며 형성되는 이 구름은 번개를 발생시켜 산불을 추가 확산시킬 수 있다.

과학자들은 유럽의 빠른 기온 상승이 이번 산불 사태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대륙으로, 현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2.5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지구 평균 상승 폭은 약 1.4도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산불 예측 담당자인 프란체스카 디 주세페는 "극단적인 습윤과 극단적인 건조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에는 폭염이 이어졌으며, 지난 6월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서유럽에서는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로 기록됐다. 바르셀로나대학교 기후 전문가 하비에르 마르틴비데 교수는 "모든 지표가 2026년 여름이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기온 상승으로 산불 위험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따뜻한 공기는 더 많은 수분을 흡수해 식물을 건조하게 만들며, 당국은 올해 산불 시즌이 11월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스페인 산불 전문가 레스코 데 디오스는 "숲에는 엄청난 양의 연료가 쌓여 있다"며 "불을 키우는 것은 나무 자체가 아니라 그 아래 있는 관목과 덤불, 낙엽층 같은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마드리드 인근 산불은 지난주 세 곳에서 시작된 불길이 통제되지 않은 채 번지면서 하나의 거대한 산불로 합쳐졌다. 레스코 데 디오스는 해당 산불이 방출한 에너지가 히로시마 원자폭탄 29개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일부 지역에서 불길을 진정시키며 주민들의 귀가를 허용했지만, 스페인 정부는 새로운 폭염과 강풍이 예상되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산불 대응이 전환점을 맞고 있지만 앞으로도 복잡한 시간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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