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항 이민단속 확대…미국인 배우자까지 체포

기사등록 2026/07/29 14:18:36

영주권·비자 연장 심사 중인 외국인까지 단속

[뉴어크=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내 공항에서 비자가 만료된 외국인은 물론 미국 시민의 배우자까지 항공기 탑승 직전 체포하는 단속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3월 23일(현지 시간) 미 뉴저지주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2026.03.24.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내 공항에서 비자가 만료된 외국인은 물론 미국 시민의 배우자까지 항공기 탑승 직전 체포하는 단속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주권이나 비자 연장 심사가 진행 중인 사람들까지 단속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민사회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 시간) 입수한 국토안보부(DHS) 문서와 이민 전문 변호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최근 몇 주 사이 미국 내 최소 15개 공항에서 사복 차림의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들이 체크인 카운터와 탑승구 등에서 여행객을 체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단속은 기존 추방 명령 대상자뿐 아니라 비자 체류 기간을 초과한 외국인까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NYT는 최근 공항에서 구금된 12개국 이상 출신 25명 이상의 사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매년 미국에서는 수십만 명이 비자 체류 기간을 초과하지만, 상당수는 비자 연장이나 영주권 신청을 진행하면서 취업 허가를 받은 상태로 미국에 체류한다.

과거에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경우 이들이 우선적인 추방 대상이 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대규모 불법체류자 추방 정책이 추진되면서 단속 기조가 크게 강화됐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불법 체류 외국인이 자진 출국을 위해 떠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항공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항 단속 프로그램이 실제로 확대됐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국토안보부는 새로운 정책에 따라 공항에서 체포된 인원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백악관은 ICE에 하루 2000건 수준의 이민자 체포를 목표로 제시하며 단속 강화를 주문한 상태다.

이민 변호사들은 취업비자 연장을 기다리는 엔지니어, 미국 시민과 결혼해 영주권 절차를 밟는 신혼부부, 전직 오페어(가정 도우미) 등 다양한 사람들이 공항에서 구금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대표적인 사례로 에콰도르 출신 27세 샹탈 모랄레스 로하스를 꼽았다. 그는 지난 20일 덴버에서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행 사우스웨스트항공 국내선에 탑승하려다 사복 ICE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당시 그의 탑승권을 스캔하자 경보가 울렸고, 잠시 뒤 요원들이 탑승교에서 그를 제지한 뒤 활주로로 연결된 계단을 통해 연행하는 모습이 목격자의 영상에 담겼다.

모랄레스 로하스는 2023년 J-1 교환방문 비자로 합법 입국했으며, 비자 만료 전 미국 체류 연장을 신청해 취업 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의 변호인은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안보부는 "비자 체류 기간을 초과해 미국 법을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이민 판사는 보석금 3000달러를 조건으로 석방을 허가했으며, 정부를 상대로 체포 적법성을 다투는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이 밖에도 겸상적혈구빈혈을 앓으며 망명 심사를 받고 있는 우간다 출신 여성, 취업허가 연장을 기다리던 인도인 엔지니어, 미국 시민과 결혼해 영주권 절차를 진행 중인 여성 등이 공항에서 잇따라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 변호사들은 TSA와 ICE 간 정보 공유 확대가 이번 단속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투명성 단체 아메리칸 오버사이트가 정보공개법(FOIA)을 통해 확보한 문서에 따르면 TSA는 지난해 5월부터 항공사 승객 정보를 ICE와 공유하기 시작했다.

ICE는 추방 대상자 명단을 공항 당국에 제공하고, 공항 측은 승객 명단과 대조해 일치하는 인물이 발견되면 ICE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이민 전문 변호사 가산 샤미에는 "이제 단속 대상은 범죄자가 아니라 합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사람들까지 확대됐다"며 "정부가 던지는 그물망이 훨씬 넓어졌다"고 말했다.

미국이민변호사협회(AILA) 시카고 지부의 섀넌 셰퍼드 부회장도 "예전에는 신분증만 있으면 국내선 여행은 가능하다고 조언했지만, 이제는 체류 신분 변경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국내 여행 자체를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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