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펜타포트 통해 40년 만에 첫 내한공연
이들이 빚어내는 파괴적인 굉음은 세태에 영합하는 세상의 무의미한 소리들을 일거에 소거하며, 오직 스스로에게 충실한 자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투명한 진정성의 영토를 개척해 냈다. 유행이라는 인위적인 외피를 두르는 대신 날 것의 본능으로 40년의 궤적을 뚫고 온 이 오랜 유기체가 마침내 한국 땅을 밟는다.
픽시즈는 오는 31일부터 8월2일까지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는 '2026 인천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헤드라이너로 나서며 결성 40주년 만의 역사적인 첫 내한 무대를 갖는다.
시간의 흐름 앞에 픽시즈는 초연하다. 밴드의 기타리스트 조이 산티아고(Joey Santiago)는 29일 국내 언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40년이 흘렀고, 그 사실은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초창기 이들의 목표는 그저 "첫 공연에 쓸 가장 좋은 20분"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걸음씩 걷다 보니 40년이 지나 있었다"는 산티아고의 회고는, 묵묵히 찰나에 충실했던 자들만이 획득할 수 있는 영원의 감각을 증명한다.
무대 위에서 이들은 완벽한 금욕주의자가 된다. 정해진 세트리스트 없이 전용 마이크와 곡마다 정해진 손짓만으로 다음 연주를 이어간다. 산티아고는 "세트리스트가 눈앞에 있으면 공연이 얼마나 남았는지 계속 의식하게 된다"며 "나는 그것을 모른 채 연주에만 집중하는 편이 좋다"고 밝혔다.
관객을 향한 의례적인 인사나 환담도 철저히 생략한다. 이는 무례함이 아니다. 산티아고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이고, 말을 줄이는 만큼 한 곡이라도 더 들려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무의미한 언어가 범람하는 세계에서 오직 날것의 소리만으로 교감하려는 굳건한 선언이다. 최근 영국 투어에서 매체들이 찬사를 보낸 '군더더기 없는(no-nonsense)' 에너지는 바로 이 단단한 태도에서 기인한다.
거대한 과거의 유산은 이들의 현재를 억압하지 못한다. 최신작 '더 나이트 더 좀비스 케임(The Night the Zombies Came)'에 대해 산티아고는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완전히 자유롭다고 느낀 앨범"이라며 솔로 연주 상당수를 장난치듯 자유롭게 임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베이시스트 엠마 리처드슨의 합류 또한 이 오랜 유기체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엠마가 리드 보컬을 맡은 곡에서는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 관객이 즉시 몰입하는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픽시즈는 박제된 전설이 아니라, 여전히 새로운 사운드를 깎아내며 미학적 충돌을 빚어내는 현재진행형 예술가다.
픽시즈의 음악은 하나의 닫힌 의미로 귀결되기를 거부한다. 산티아고는 초현실적인 것에 끌리는 팀의 보컬 블랙 프랜시스의 성향을 언급하며 "곡에 정해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듣는 사람이 각자의 경험에 따라 자유롭게 의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이 음악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 팬들이 열광하는 '웨어 이즈 마이 마인드(Where Is My Mind)?' 역시 마찬가지다. 산티아고는 "공연에 집중하던 관객들도, 이 곡이 시작되면 모두가 휴대전화를 꺼내든다"고 묘사했다. "롤링 스톤스에게 '점핀' 잭 플래시(Jumpin' Jack Flash)'가 있다면 픽시즈에게는 이 곡이 있죠." 허공에 부서지는 소음 속에서 각자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내는, 예상치 못한 공집단적 노스탤지어의 순간이다.
산티아고는 그러면서 "매 공연 가능한 한 강렬한 에너지를 쏟아부어요. 첫 내한인 만큼 더욱 그럴 것'이라고 예고했다. 40년 동안 응축된 픽시즈의 굉음이 마침내 송도의 밤하늘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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