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로 다시 불붙은 '유통법'…규제 완화 어디까지

기사등록 2026/07/27 15:56:00

정부,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 새벽배송 허용 검토

새벽배송부터 의무휴업까지…개정 범위 '온도차'

소비자 편익·규제 형평성 vs 지역상권 보호 '충돌'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2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햇반과 카레를 살펴보고 있다. 2026.07.27.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권민지 기자 =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가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를 계기로 다시 불붙고 있다. 정부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포함한 6차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을 검토하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논의가 재개될 전망이다.

다만 새벽배송만 허용할지,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까지 손질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소비자 편익과 유통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전통시장 보호와 노동권 보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면서 규제 완화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제6차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에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방안을 담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유통업계와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논의도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모두 5건으로, 규제 완화의 폭도 서로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벽배송 허용 등 일부 규제 개선에 무게를 두는 반면 국민의힘은 의무휴업 자율화와 심야 영업 제한 폐지 등 보다 폭넓은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월 2회 의무휴업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이 시간에는 점포를 활용한 온라인 배송도 제한된다.

이는 2012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법제처는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이나 영업 제한 시간에 점포에서 상품을 반출해 온라인 주문 상품을 배송하는 행위는 사실상 영업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고 해석했고, 이후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 역시 영업 제한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유통시장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대형마트만 오프라인 규제를 적용받는 현행 제도가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5월 전체 유통업체 매출 가운데 대형마트 비중은 8.1%로 집계됐다. 2021년 15.1%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온라인 매출은 8.8%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 매출은 5% 이상 감소했다.

홈플러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홈플러스뿐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성장한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 규제가 오프라인 대형마트에만 적용돼 온·오프라인 간 규제 형평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과정에서도 규제 형평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하역장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6.02.09. jini@newsis.com
다만 업계에서는 새벽배송 허용만으로는 대형마트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증권은 이달 보고서를 통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이 재개되더라도 손익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새벽배송은 일반배송보다 물류비 부담이 훨씬 커 일정 규모 이상의 주문이 확보되지 않으면 수익성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마트는 사업성을 이유로 2022년 새벽배송을 중단했고, 이마트 역시 새벽배송 거래액은 전체 쓱닷컴 거래액의 약 8% 수준에 그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배송 인력과 물류 운영 비용이 크게 늘어 일반배송보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온라인 주문이 대부분인 만큼 결국 이커머스 업체들과 가격 경쟁까지 해야 해 단순히 새벽배송만 허용된다고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완화가 더 중요한 과제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하나증권은 2012년 의무휴업 도입 이후 대형마트 기존점 성장률이 약 5%포인트 하락했고 업체별 연간 영업이익도 연간 5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온라인 시장 확대까지 겹치면서 이마트 할인점 영업이익은 지난해 867억원으로 2011년의 약 10분의 1 수준까지 줄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의무휴업 규제 완화에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새벽배송 허용은 소비자 편익과 규제 형평성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노동권 등이 맞물린 사안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은 골목상권과 지역 유통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거대 유통기업 간 경쟁을 이유로 대형마트에만 유리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도 규제 완화의 범위를 두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과 경쟁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새벽배송 허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서도 "의무휴업까지는 이해관계가 복잡한 만큼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허용은 규제 정상화의 출발점일 뿐"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인 대형마트의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결국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까지 함께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홈플러스 사태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오프라인 장보기 문화가 규제로 위축된 영향도 적지 않은 만큼 소비자가 다시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영업 정지중인 서울 시내 홈플러스 매장. 2026.07.22. kch05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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