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터디 별도 업권화 검토…국내 잠재 수요 75조 추산
거래소 분리 대신 '투트랙' 기류…'록인' 효과에 경쟁 가열 전망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부가 연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법인 자금을 전문적으로 보관·관리하는 '커스터디(수탁)' 사업이 시장의 핵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국회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법인 시장의 연내 개방에 대한 긍정적 견해와 함께 현재 가이드라인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발표된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의 후속 조치로,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법인과 전문투자법인 3500여곳이 대상이다. 로드맵 공개 후 지난해 6월부터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현금화를 목적으로 한 매도 거래가 허용된 상태다.
그간 가상자산 기본법 제정 논의 등으로 일정이 지연된 점을 감안할 때, 당국의 입장은 시장 진입에 대한 전향적인 변화로 풀이된다.
법인 시장 개방과 함께 당국은 커스터디 사업을 별도 업권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로 인해 업계의 관심은 한층 커진 상황이다.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는 법인의 경우 자산 보호와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관리 등을 위해 독자적인 수탁 서비스가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국내 법인의 잠재적 가상자산 수탁 수요가 보수적으로 산정해도 7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국의 이 같은 구상은 전통 자본시장의 지배구조 모델과 맥을 같이한다. 증권사가 매매 중개를 맡고 예탁결제원이나 은행이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듯, 가상자산 시장 역시 독자적인 수탁 제도를 도입해 거래소의 이해상충을 방지하고 고객 자산의 유용 리스크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당국은 이용자 편의성을 감안해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의 커스터디 기능을 강제로 분리하기 보다는 거래소에 대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커스터디 사업을 별도 업권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전문 수탁사들의 자금력이나 인프라 규모 등 현실적인 한계와 함께 당국 차원의 관리·감독 효율성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된 결과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당국 관계자 역시 해외에서도 거래소의 수탁 기능을 강제로 분리한 사례가 드물다며, 거래 편의성과 관리 효율성을 두루 감안해 행위 규제를 보완하는 방향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전했다.
제도화 논의가 가시화되면서 향후 시장 참가자들의 주도권 확보 경쟁도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법인 수탁 시장은 초기 고객사를 선점할 경우 장기적인 거래 관계를 형성하는 이른바 '록인(Lock-in)' 효과가 뛰어난 데다, 향후 디지털 금융 전반으로 영역을 다각화할 수 있는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시장 개방시 전통 금융권의 신뢰도를 앞세워 시중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커스터디 전문 업체들과, 실전 운영 경험과 보안 기술력을 축적해 온 대형 거래소 등이 사업 선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 초기부터 자체 기술력으로 성장해 온 스타트업들도 존재하지만, 자본력과 인프라 규모를 감안하면 사실상 양강 구도로 경쟁이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다.
주요 시중은행이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한 한국디지털자산수탁(KODA), 한국디지털자산프레임워크(KDAC) 등은 표준화 된 통제 체계를 강점으로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있다.
반면 기존 거래소 운영사들은 검증된 수탁 인프라와 높은 거래 편의성을 바탕으로 시장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지난해 8월 법인·기관 전용 수탁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운용해 온 데 이어, 최근 경찰청의 압수 가상자산 보관·관리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대규모 수탁 자산에 대한 보안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법인 계좌가 개방되면 초기 수탁 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금융권의 신뢰성을 갖춘 은행계 수탁사와 플랫폼 운용 역량을 입증한 대형 거래소 간의 선점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향후 구체화될 별도 업권의 세부 요건과 보안·내부통제 기준이 시장 재편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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