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회 복용하는 에이즈 예방 신약 저가 공급 결정
개도국 제약사 7곳에 무상 라이선스 제공해 보급 확대
[서울=뉴시스]서이현 인턴 기자 = 독일 제약회사 머크가 월 1회 복용하는 HIV 예방 신약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제네릭 제약사 7곳에 라이선스를 부여하기로 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머크는 지난 금요일 HIV 유행 종식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예방 알약의 저가 버전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네릭 제약사 7곳에 라이선스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내년 임상 시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개발도상국에 곧바로 약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발표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국제 에이즈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나왔다.
신약 이름은 '알리마트라비르'다. 노출 전 예방 목적으로 한 달에 한 번 복용하는 알약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3개국의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후기 임상시험과 라틴 아메리카·아시아·유럽·아프리카 전역의 트랜스젠더 및 남성 간 성관계를 갖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별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유엔에이즈(UNAIDS)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신규 HIV 감염은 120만 건에 달했다. 감염 예방 수단은 늘었지만 정작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8개월 동안 미국을 비롯한 주요 원조국의 자금 지원이 급격히 줄면서 진전이 더뎌졌다는 설명이다.
클린턴 보건 접근 이니셔티브 분석에 따르면 HIV 감염률이 높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아시아 10개국에서 2025년 경구용 PrEP 복용을 새로 시작한 사람 수는 전년 대비 42% 줄었다.
머크의 이번 계약으로 129개 저·중소득 국가에서 제네릭 의약품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머크는 인도 제네릭 제약사 4곳과 우간다,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재 제약사 3곳에 로열티 없는 라이선스를 준다.
알리마트라비르는 유효 성분이 소량만 필요하고 일반 경구제형이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NYT는 이 덕분에 각국 보건 시스템이 1인당 연간 5달러(약 7000원)라는 저렴한 가격에 약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게이츠 재단에서 HIV 치료제 개발 투자를 총괄하는 니나 러셀 박사는 알리마트라비르의 핵심 분자가 비인간 영장류 실험에서 높은 보호율을 보인 다른 치료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당히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셀 박사는 게이츠 재단이 후기 임상시험에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투자했고, 시판까지 이어지도록 추가로 8000만 달러(약 112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머크의 그레그 사보 수석 부사장은 연구 결과 이 약이 복용 후 1시간 만에 HIV 감염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음 복용을 깜빡하더라도 약 일주일 동안은 보호 효과가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매일 먹는 기존 PrEP 알약은 고소득 국가의 게이 남성 등 고위험군 사이에서 널리 쓰여 왔다. 그러나 개발도상국 상당수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장기 지속형 PrEP는 아프리카의 HIV 유행 종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아프리카 10개국은 6개월 동안 거의 100%에 가까운 보호 효과를 내는 주사제 레나카파비르 보급을 시작했다. 하지만 2025년 초 이후 아프리카 각국 정부의 신약 구매·배포 자금이 급격히 줄면서 기대가 흐려졌다고 NYT는 전했다. 보건 시스템이 취약해 약 공급이나 지속적인 투약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므웨혼게 사무총장은 "알리마트라비르는 1년에 단 12알만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주사제보다 투여가 훨씬 쉬울 뿐만 아니라, 진료소 밖에서도 미용실이나 고등학교 같은 곳에서 나눠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여성이 피임약을 받으러 왔다가 1년 치 예방약도 함께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제네릭 공급 계약은 아프리카 전역과 캄보디아·태국 등 HIV 감염 인구가 많은 아시아 국가, 일부 라틴 아메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 다만 매년 5만5000건의 신규 감염이 발생하는 브라질과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콜롬비아·멕시코·페루·칠레는 포함되지 않았다.
머크의 전략·정책·소통 담당 치르피 긴도 수석 부사장은 브라질 공중보건 연구 기관인 오스왈도 크루즈 재단과 라틴 아메리카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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