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폴드8' 제품 라인업 재편…영상용 기본형과 업무용 울트라로 분리
가격 문턱 낮추고 최고 사양 올려…소비자 이용 목적 따라 라인업 다변화
애플 첫 폴더블 진입 전 시장 선점…7년 노하우로 역대 최대 판매 도전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삼성전자가 책 모양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둘로 나눴다. 기존의 대화면 업무 성능을 극대화한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와 짧고 넓은 화면으로 영상 감상 및 휴대성을 높인 '갤럭시 Z 폴드8'이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고급형 모델 추가가 아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7년간 폴더블폰 사용자를 관찰한 끝에 내린 전략적 판단이다. 하나의 모델만으로는 서로 달라진 소비자 요구를 모두 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폰 진입이 임박한 시점에서 선택지를 늘려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지난 2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6'에서 폴드8 울트라·폴드8·플립8 등 폴더블폰 신작 3종을 공개했다. 폴드8은 콘텐츠 몰입, 폴드8 울트라는 생산성 극대화에 각각 초점을 맞췄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기존 폴드는 울트라로…그 사이에 새 수요 끼워 넣었다
제품 이름만 보면 폴드8이 기존 폴드7의 계보를 잇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화면 크기와 무게를 보면 폴드7의 직접적인 후속작은 '폴드8 울트라'다. 울트라는 8인치 대화면과 215g 무게를 유지하며 카메라와 배터리 성능을 끌어올렸다.
반면 새로 나온 폴드8은 7.6인치 화면을 채택하고 무게를 201g으로 대폭 줄였다. 접었을 때는 기존보다 짧고 넓으며, 펼치면 영상이나 전자책에 최적화된 4대 3 비율이 된다. 사양을 낮춘 보급형이라기보다 사용 목적이 다른 새로운 프리미엄 기기인 셈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사장)도 두 가지 카테고리만으로는 고객 요구를 모두 채우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가볍게 들고 다니며 콘텐츠를 즐기려는 새 수요를 확인했다는 뜻이다. 노 사장은 이번 3종 라인업을 글로벌 수요를 아우르는 '완성형'으로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폴드8이 기존 제품의 파이를 갉아먹지 않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 사장은 "새로운 수요를 더해 올해 Z 시리즈는 역대 폴더블 중 최대 판매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가격 정책도 라인업 분리와 궤를 같이한다. 폴드8의 시작 가격은 전작보다 10만원 가량 낮아졌다. 반면 고사양인 폴드8 울트라는 전작보다 약 20만원 높아졌다. 폴더블폰 진입 장벽은 낮추고, 최고 사양을 원하는 사용자에게는 그에 맞는 가격을 받는 구조다.
바형 스마트폰처럼 폴더블폰도 가격 사다리를 구축했다. 메모리 등 부품 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판매량 확대와 수익성 방어를 동시에 노린 전략이다.
다만 선택지가 늘어난다고 수요가 저절로 커지지는 않는다. 200만원이 넘는 폴드8은 여전히 일반 스마트폰보다 비싸다. 두 모델의 차이점이 선명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내부 경쟁으로 번질 위험도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존 폴드 이용자를 울트라로 이동시키는 동시에, 폴드8으로 일반 스마트폰 이용자를 끌어와야 한다. 폴더블 시장의 외연 자체를 넓혀야 한다는 의미다.
폴더블 시장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부진 속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올해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전년보다 21%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점유율 1위를 유지하겠지만, 첫 출격하는 애플이 순식간에 추격해 올 가능성이 크다.
노 사장은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술과 산업 생태계가 함께 성숙해진다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8세대에 걸쳐 축적한 내구성과 최적화된 사용 경험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애플의 진입은 위기이자 기회다. 아이폰 폴더블이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지만, 프리미엄 고객을 끌어오는 일은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아이폰에서 사진과 메시지, eSIM 등을 쉽게 옮기는 편의 기능을 강화한 것도 이탈 장벽을 낮추기 위한 행보다.
결국 이번 폴드 이원화의 성패는 새로운 수요를 실제로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 울트라로 기존 충성 고객을 지키고, 폴드8으로 새로운 이용자를 유입시켜야 한다. 애플이 판도를 바꾸기 전 7년의 선점 경험을 실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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