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재판부 판결
"보이스피싱 모르는 상태서 송금 주장 배척 어려워"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양철한)는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생활비와 자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알아보던 중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B팀장으로부터 대출을 도와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B팀장은 "요즘은 대출 단속이 심해 외환거래 내역이 필요하다"며 "계좌를 개설해 외환 한도를 최대한으로 올려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를 믿은 A씨는 B팀장에게 필요한 대출금액을 포함해 자신의 개인정보와 계좌번호 등을 알려줬다. 또 새 계좌를 개설하고 자신의 기존 은행 계좌의 이체 한도도 최대로 변경했다.
그 사이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금융기관을 사칭해 피해자 C씨에게 "기존 대출금을 변제하면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여 2000만원을 A씨의 계좌로 송금하게 했다.
돈이 송금되자 B팀장은 A씨에게 해당 2000만원을 미화 8000달러, 엔화 90만엔으로 환전할 것을 지시했고, 이후 조직원에게 환전한 돈을 전달하도록 했다.
검찰은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며 방조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정에 선 A씨는 외환거래 내역을 만들기 위해 돈을 환전했고 자신도 보이스피싱에 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면, 형사처벌의 불이익이 예상됨에도 자신의 신원이나 인적사항이 손쉽게 노출되는 자신 명의의 계좌를 범행에 제공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위험을 감수할만한 특별한 동기나 사정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거래내역을 만들어 대출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는데, 보이스피싱을 의심했다면 대출은 불가능하고 오히려 형사처벌 위험만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어 행위를 중단했을 것"이라며 "보이스피싱 관련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조직원이 시키는대로 송금했다는 피고인의 변소를 쉽사리 배척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B팀장의 대출업체 근무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았으나, 금융기관 직원을 대면하지 않고 휴대전화 앱을 통해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들이 실제 존재한다"며 "개인마다 주의력의 수준이 다를 수 있어 단순히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보이스피싱 범행에 대한 정범이나 방조,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평가할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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