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이 어떻게"…日 개발자 감탄한 이유[日 붉며든 붉은사막②]

기사등록 2026/07/25 07:00:00 최종수정 2026/07/25 07:06:24

200여 명이 7년 간 개발…전투·퀘스트·지역 동시 제작과 기획 승인 단축

강·도로와 반복 배치는 자동화…주요 장면은 개발자가 직접

반복 작업은 기술에 맡기고 감성 영역은 사람이 직접 설계해 완공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200여 명이라는 적은 인원으로 어떻게 이 정도 규모의 대작 게임을 만들었습니까?"

 23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현지 최대 게임 개발자 행사 'CEDEC 2026' 강연장. 펄어비스의 발표가 끝나자 현지 개발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일본 개발자들은 화려한 그래픽 뒤에 숨은 실질적인 제작 방식에 집중했다. 제한된 인원으로 거대한 가상 세계를 완성하고, 수많은 콘텐츠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관리한 노하우를 궁금해했다.

펄어비스는 이날 대규모 오픈월드 개발 프로세스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발표자로 나선 두승빈 실장과 김현겸 실장은 개발 과정에서 부딪힌 문제와 해결책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결재 기다릴 바엔 일단 만든다"…속도 낸 병렬 작업

펄어비스가 개발한 '붉은사막'은 산과 숲, 도시와 전장이 끝없이 이어지는 대형 오픈월드 게임이다. 전투와 탐험, 퀘스트, 퍼즐, 캐릭터의 일상과 사건이 같은 공간에서 맞물린다.

보통 이러한 대작 게임은 수백 명 이상의 대규모 인력이 투입된다. 하지만 붉은사막의 개발 인원은 평균 200명, 많을 때도 300명을 넘지 않았다. 대규모 오픈월드 게임을 제작하는 해외 개발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이었다.

[요코하마(일본)=뉴시스]오동현 기자 = 사진 왼쪽부터 펄어비스의 두승빈 실장과 김현겸 실장이 23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열린 'CEDEC 2026(컴퓨터 엔터테인먼트 디벨롭스 컨퍼런스)'에서 '붉은사막, 대규모 오픈월드 개발을 위한 프로세스 구축'을 주제로 발표했다. odong85@newsis.com 2026. 07. 23
개발진은 단순 야근이나 인력 추가 투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대신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 각 부서가 순서대로 일하는 대신, 전투·퀘스트·캐릭터·지역 제작을 동시에 진행한 뒤 하나로 합치는 '병렬 작업' 체계를 구축했다.

펄어비스의 효율적인 개발 문화도 한 몫했다. 새로운 기능을 만들 때 복잡하고 긴 승인 절차를 거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가 나오면 일단 구현해 보고 실제 게임에서 작동하는지 빠르게 확인했다는 것이다. 모든 기획을 사전에 확정한 뒤 제작에 들어가기보다 작은 결과물을 먼저 만들어 방향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실패하더라도 빨리 확인하면 다음 선택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복 작업은 자동화…감성 담을 공간은 '사람 손'으로

광활한 게임 속 대륙을 채우는 작업에는 자동화 기술과 사람의 손길을 조화롭게 섞었다.

펄어비스는 절차적 제작 도구 '후디니'를 활용해 대륙의 뼈대가 되는 강과 도로를 만들었다. 지역과 지형 정보를 토대로 숲에는 작은 동물을, 물에는 물고기를, 도로 주변에는 캐릭터를 배치하는 작업에도 자동화 기술을 활용했다.

반면 이용자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장소와 캐릭터의 일상, 주요 인물과 사건은 개발자가 직접 설계했다. 단순 반복 작업은 기술에 맡기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에는 사람의 감성을 남겨둔 셈이다.

개발 데이터 관리 체계도 자체 개발해 효율을 높였다. 프로그래머의 도움 없이도 디자이너나 아티스트가 직접 만든 결과물을 바로 시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서울=뉴시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북미 IT 전문 유튜브 채널 '디지털 파운더리'가 최근 붉은사막에 적용된 펄어비스의 그래픽 기술과 엔진 완성도를 분석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디지털 파운더리) *재판매 및 DB 금지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플레이 공간을 먼저 다 따낸 뒤 이야기를 얹는 방식을 쓰다 보니 서사적 연결성이 일부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발진은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한층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다듬는 중"이라고 밝혔다.

CEDEC 현장에서 공개된 붉은사막의 개발 비결은 모든 것을 처리하는 만능 기술이 아니었다. 자동화가 잘하는 반복 작업은 최대한 맡기고, 자동화가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은 사람에게 남겼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험하고 실패를 조기에 확인하는 문화가 더해졌다.

적은 인원으로 거대한 가상 세계를 완성한 배경에는 사람을 무작정 기술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명확히 정한 전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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