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작가 4인 이해민선, 이정우, 전현선, 홍진훤 전시
"경쟁보다 플랫폼"…김성희 관장 "한국 작가 해외 진출 무대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번 '올해의 작가상'은 다르다."
24일 개막하는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 '올해의 작가상 2026' 언론 공개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 반응이다. 최근 몇 년간 보기 드물 정도로 호평이 이어졌다.
회화와 영상, 설치가 균형을 이루며 난해함보다 몰입감을 높였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영상 작품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역사, 사회적 현실을 동시대의 언어로 풀어내며 시대성과 역동성을 함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라짐 이후에도 남는 '잔설'의 흔적, 생성형 AI가 드러내는 검열과 데이터 편향, 암벽등반장을 연상시키는 대형 회화, 이미지를 둘러싼 권력과 시각 체계를 탐구한 영상까지. 네 작가의 신작은 서로 다른 매체를 사용하면서도 동시대의 균열과 현실을 하나의 질문으로 묶어낸다.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6'에는 이해민선, 이정우, 전현선, 홍진훤이 후원 작가로 선정됐다. 네 작가에게는 각각 5000만원의 창작지원금이 지원되며, 전시 기간 중 국내외 심사위원의 2차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0만원이 추가 수여된다.
◆'올해의 작가상'은 경쟁인가, 플랫폼인가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올해의 작가상의 성격을 둘러싼 질문도 나왔다. 중견 작가를 재조명하는 제도인지, 새로운 실험을 지원하는 플랫폼인지에 대한 질문에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당분간은 경쟁을 위한 상이라기보다 작가들이 신작을 발표하고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작품은 기획안대로 구현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며 "그 모든 과정을 제도가 함께 지원하는 것이 올해의 작가상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또 "SBS문화재단과 함께 해외 프로젝트와 개별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해외 심사위원들이 선정 과정에서 한국 작가들을 직접 접하고, 이를 계기로 국제 전시나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올해의 작가상은 한국 동시대 미술의 해외 진출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을 지향하지만 선정 과정은 치열하다.
올해 심사에는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비롯해 엠마 엔더비(KW 현대미술관 디렉터), 샤메인 토(테이트 국제미술부 수석 큐레이터), 호추니엔(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정현 미술평론가, 김지연 D/P 디렉터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은 각각 1·2순위 작가를 추천한 뒤 장시간 토론을 거쳐 8명 중 최종 4명의 후원 작가를 선정했다. 미술관은 독창성과 동시대성,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주요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후원 작가 4인…존재, AI, 회화, 이미지 권력을 말하다
올해 전시는 네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동시대를 해석한다.
작가 이해민선(49)은 사물과 벽, 낡은 포스터에 남은 시간의 흔적을 회화와 설치로 풀어낸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눈의 상태에 주목한 '잔설' 연작은 부재와 흔적의 관계를 되묻는다. 사라짐 이후에도 남아 작동하는 시간과 삶의 조건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작업이다.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 2006' 출신 작가다.
영상 미디어 작가 이정우(45)는 생성형 AI를 활용하지만 기술을 찬양하지 않는다. 해방 직후 영화 '자유만세'를 AI로 복원하는 작업을 통해 기술이 역사를 완전히 복원할 수 없음을 드러내며 기억과 검열, 데이터 편향의 문제를 제기한다. 신작 영상 설치 '왼손의 사수'는 영상 생성 모델에 내재한 편향을 통해 AI 시대 이미지 생산의 조건을 다시 묻는다.
작가 전현선(37)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압도적인 공간을 만든다. 신작 '토끼도 굴을 두 개 판다'는 2×2m 캔버스 30점을 하나의 거대한 회화 설치로 구성한 작품이다. 암벽등반장을 연상시키는 화면 속에서 관람자는 저마다의 시선과 동선을 따라 이미지를 탐색하게 된다.
자칭 '시위 덕후'인 사진 영상 작가 홍진훤(46)은 사진과 영상, 웹 프로그래밍을 넘나들며 이미지 권력과 시각 체계를 탐구한다. 신작 '이미지의 최고 형태는 무장투쟁이다'는 과거 혁명운동의 선언과 오늘날 집회 문화를 교차시키며 사회운동이 이미지로 소비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을 성찰한다.
이번 전시는 경쟁의 무대이면서도 네 작가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회화와 사진, 영상, 설치 등 수많은 매체의 변화와 동시대 미술의 부침 속에서도 자신만의 언어를 끝까지 밀고 온 '버티기'의 시간이 생성형 AI, 존재의 흔적, 회화의 확장, 이미지 정치학이라는 서로 다른 작업으로 펼쳐진다.
동시대 현실을 향한 네 개의 질문이자, 네 명의 작가가 버텨온 시간의 기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에는 회화, 사진, 영상, 설치, 아카이브 등 100여 점이 소개된다.
최종 수상자는 전시 기간 중 2차 심사를 거쳐 오는 10월 발표된다. 전시 기간에는 작가와 심사위원이 참여하는 대화 프로그램도 운영되며, 관람객 200명이 현장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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