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7일 연속 호르무즈 해협 일대를 비롯한 이란 전방위 공습을 이어간 가운데, 이란 정부가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이란은 쿠웨이트 등 주변국의 미군기지뿐 아니라 민간 인프라까지 타격하고 있다.
이란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카젬 가리바바디 외무부 차관은 18일(현지 시간) "미국은 이슬라마바드 MOU의 틀 안에서 자국이 부담한 모든 의무를 위반하고 이행을 중단했다"며 "그 결과 우리는 모든 의무 이행을 중단했고, 어떤 약속도 더 이상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가 지금 직면한 과제는 조국을 지키는 것"이라며 "우리는 확고하고 단호하게 이를 수행할 것이며, 미국은 자신들의 공격 행위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자지라는 "이란 측이 공식적으로 MOU 종료 및 이행 불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부연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현재 쿠웨이트·요르단·바레인 등 미군기지가 있는 걸프 각국에 보복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쿠웨이트에 화력이 집중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이날 쿠웨이트 알아흐마디항의 미군 함대 지원 부두, 통신센터 등을 공격했다고 밝혔으나 쿠웨이트 당국은 발전소·해수 담수화 시설 등이 피격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쿠웨이트는 강·호수가 없어 식수의 90%를 해수 담수로 충당한다.
쿠웨이트 에너지 당국은 "이란의 거듭된 공격으로 석유 부문 핵심 시설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일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외무부도 민간 인프라 피격에 대해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행위"라며 "쿠웨이트는 국가 방어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요르단·바레인에도 지속적으로 공습이 가해지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요르단 알아즈라크의 미 공군기지를 공격했고, 요르단군은 적 드론 4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CBS에 따르면 요르단 주둔 미군 여러 명이 최근 이란 공습으로 부상했다. 바레인에서도 18일 공습 경보가 최소 6회 울린 것으로 알려졌다.
걸프협력회의(GCC)는 이란을 강하게 규탄했다. 자셈 무함마드 알부다이위 GCC 사무총장은 "이란의 행동은 매우 위험한 긴장 고조이자 국제법·유엔헌장 중대 위반"이라며 "인프라와 민간 시설을 의도적으로 공격한 만큼 국제적 책임 추궁과 처벌이 요구되는 전쟁범죄"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미국 역시 이날까지 7일 연속으론 대이란 전방위 공습을 이어갔다. 미 중부사령부는 "17일 오후 9시30분 7일 연속 이란 공습을 마무리했다"며 "(이란) 감시시설, 군수지원 기반시설, 지하 무기고, 해상 전력 등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미군이 군사시설뿐 아니라 민간 인프라도 폭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CNN에 따르면 호르모즈간주 측은 미군 미사일 여러 발이 발전 시설 및 해수 담수화 펌프를 타격해 20개 마을이 단수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미군은 이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록산 파르팡파르미안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알자지라에 "미국은 이란 남부의 공항, 담수화 시설, 교량 등을 타격하고 있다"며 미군의 이란 인프라 공격이 쿠웨이트 등지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에 빌미를 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보건부는 18일 "지난 하루 동안 미군 공습으로 최소 12명이 숨졌다"며 "6월27일 휴전이 흔들리기 시작한 뒤 미군 공습으로 최소 50명이 사망하고 5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5명은 여성, 2명은 어린이라고 한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17일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및 60일간 핵협상 개시를 골자로 하는 종전 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양국이 호르무즈 해협 관리 주체를 둘러싼 인식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핵협상은 사실상 첫발도 떼지 못했고, 지난 11일부터는 고강도 무력 충돌까지 벌이고 있다. 미국은 테헤란 인근까지 공습 범위를 넓혔고, 이란은 주변국에 전방위 보복을 가하는 한편 홍해 차단까지 시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