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자체적으로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미국-사우디 핵 협정 체결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서명만 남긴 상태라는 보도가 나왔다.
CNN은 18일(현지 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핵무기 개발을 방지하는 국제 안전장치를 적용하지 않은 채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전했다.
핵 협정 초안은 지난해 10월 확정됐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은 당시 "양자간 안전조치와 함께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사우디에 도입하고, 비확산 원칙을 지키면서 양국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란 핵무장 방지가 명분인 대(對)이란 전쟁 장기화 및 미국 의회의 초당적 반발 가능성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 서명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의회 측에 사우디 핵 협정의 기본 내용을 설명하면서 '사우디가 일정 수준의 자국 내 우라늄 농축·플루토늄 재처리를 허용받을 것'이라는 취지로 예고했다.
우라늄 농축 수준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같은 협정이 장기적으로 사우디의 핵무장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경우 자국도 핵무장에 나서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우라늄 농축·플루토늄 재처리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분열 물질을 확보하는 두 가지 핵심 방법으로, 대다수 국가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미국 등 핵 보유국으로부터 핵물질을 수입해 원전을 운용한다.
사우디 핵 협정은 특히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보고 의무를 강화하고 국제 사찰을 보장하도록 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 채택도 의무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IAEA가 관여하는 국제 감시 체계가 아닌 미국과의 양자 협정으로 두겠다는 것이다.
한 의회 관계자는 CNN에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허용하는 한편 IAEA의 강화된 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의원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안드레아 스트리커 민주주의수호재단(FDD) 핵비확산 부국장은 "추가의정서 없이는 IAEA가 미신고 시설을 조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국이 사우디 내 핵 시설을 직접 통제한다고 해도 핵무장을 원천 봉쇄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트리커 부국장은 "사우디가 시설을 국유화할 경우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해당 시설을 폭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사우디 기술자들이 원심분리기 기술을 습득해 다른 비밀 시설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한편 미국이 일부 위험성을 감수하더라도 중국보다 먼저 핵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댄 조이너 앨라배마대 교수는 "러시아나 중국이 더 느슨한 안전장치 아래 사우디와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며 "확산 위험이 있더라도, 사우디와 평화적 원자력 협력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