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동서 송유관-홍해 통해 아시아 수출
전문가 "후티 반군, 홍해 항로 위협 재개할 것"
단계적 압박 가능성…호르무즈 봉쇄에 자신감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대리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홍해 봉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우회로로 활용해 온 홍해까지 막힐 경우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중동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가운데서도 홍해를 활용해 수출 물량을 유지했다. 동서 송유관을 통해 홍해 얀부향에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 아시아로 수출을 시도했다.
사우디는 이를 통해 전체 원유 수출량을 하루 약 460만 배럴로 유지했다. WSJ은 "전쟁 이전 하루 730만 배럴보다는 감소한 수치이지만, 홍해를 통한 수출이 없었다는 격차는 훨씬 더 컸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홍해의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도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 해협은 후티 반군과 사우디 간 외교적 균형 속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지만, 최근 2022년 휴전이 사실상 깨지며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자신들이 통제하는 예멘 수도 사나공항을 폭격했다고 주장하며 사우디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또 사우디가 예멘에서 군사 작전을 재개할 경우 사우디 석유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다시 공격하겠다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지역 정세를 고려하면 홍해 항로에 대한 위협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외교안보정책국장은 "홍해 상황이 다시 악화하고 있다"며 "4년간의 휴전이 끝난 것은 육상의 불안정이 해상 안보 위기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간 충돌이 벌어진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예멘 주변을 지나는 상선과 군함을 공격해왔다. 다만 지난해 9월 이후 홍해 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이 민간 선박을 공격한 사례는 없었다.
컨설팅 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홍해 봉쇄는 이란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가운데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두 해협의 봉쇄가 장기간 이어지거나, 사우디의 송유관 또는 항만 시설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전쟁 및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 수백만 배럴의 원유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 각국이 전략비축유를 동원하고 있으나 조만간 고갈돼 공급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스크 자문업체 바샤 리포트의 설립자 모하메드 알바샤는 후티 반군이 전면전보다는 단계적으로 사우디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며 "후티 반군 수장인 압둘 말리크 알후티는 일을 점진적으로 처리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WSJ은 "후티 반군이 조만간 사나 공항에 이란발 항공기를 다시 착륙시키려 시도함으로써 사우디를 시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이 항공편이 후티 반군에 무기와 군사 고문을 수송하는 데 이용될까 우려하고 있으며, 후티 반군은 극심한 국내 물가 상승과 기초 생필품 부족 속 이란으로부터의 물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후티 반군이 이란이 미국보다 전략적 우위를 점했다는 인식 속에서 자신감을 얻은 데다, 중동 분쟁 확대를 원치 않는 사우디를 압박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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