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로봇·전장데이터 앞세운 군 개혁론
보병·기갑 전력과 중앙집권적 지휘 중시한 군 수뇌부
페도로우, 부대 지원·증원이 충성심에 좌우된다고 주장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인기 장관 한 명의 거취에 그치지 않았다. 페도로우 해임의 배경에는 드론과 로봇, 전장 데이터를 앞세워 군 조직을 빠르게 바꾸려는 그와 보병·기갑 전력 및 중앙집권적 지휘체계를 중시하는 기존 군 수뇌부 사이의 뿌리 깊은 갈등이 있었다. 그의 해임은 군 내부에 잠복해 있던 갈등을 공개적인 권력투쟁으로 확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국방장관과 군 총사령관의 충돌이 러시아군에 맞서 유지해온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단일대오에 중대한 균열을 냈다고 보도했다.
페도로우는 해임 다음 날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지하주차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군 수뇌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기자회견장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는 드론이 선박과 레이더 안테나 등 목표물로 돌진하는 흑백 야간 영상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그는 군에서 성과를 내 주목받은 지휘관이 오히려 승진과 주요 보직 진출을 가로막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느 부대를 지원하고 증원할지도 전장 데이터가 아니라 고위 지휘관에 대한 충성심에 따라 결정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의 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우크라이나군에서는 수년 전부터 드론과 디지털 기술을 중시하는 부대와 전통적인 보병·기계화부대 사이에 균열이 있었다. 페도로우는 드론과 로봇, 전장 데이터를 활용해 병력 열세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존 군 지휘체계는 보병·기계화부대와 중앙집권적 지휘를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두 사람의 충돌을 페도로우 해임 이유로 제시했다. 그는 국방장관과 총사령관이 단결하기를 바랐지만 두 사람이 대화로 갈등을 풀지 못해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병과 장갑차 중심의 대규모 기동전이 드론에 취약해 활용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도 페도로우 대신 시르스키를 남긴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갈등은 현역 고위 장교들의 공개 반발로 이어졌다. 공군 부사령관인 파울로 옐리자로우 대령은 페도로우 해임이 국가 방위에 큰 타격이라며 사의를 밝혔다. 미하일로 드라파티 합동군사령관도 “침묵은 군을 보호하지 않고 실수만 쌓이게 한다”며 페도로우를 공개 지지했다.
새 국방장관 임명에는 의회 인준이 필요하지만 예정됐던 표결은 16일 연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늦게 우크라이나 보안국 수장인 예우헨 흐마라 장군에게 국방장관직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페도로우는 방산 조달 부패를 줄이는 과정에서도 갈등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산 조달에 “부패가 많다”며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방산업체들의 반발을 샀고, 이들의 불만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업체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충돌은 드론 중심 작전이 성과를 내면서 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던 시점에 터졌다. 드론 전술이 확산된 가운데 전선은 대체로 안정됐고,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와 러시아의 해상 물류를 겨냥한 장거리 공격에서도 성과를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월드의 볼로디미르 예르몰렌코 편집장은 최근 전장 성과를 계기로 기술 중심의 군 개혁을 주장해온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전통적인 접근을 선호하는 쪽도 맞서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장 큰 적은 내부 분열”이라며 “우크라이나 역사는 내부 분열이 치명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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