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처럼 고등교육도 안정적 재원 필요"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역 생태계 재설계로"
"대입, 학생 선발 시 대학 자율권 강화해야"
이기정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은 16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고등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움직임에 대해 "고등교육의 안정적인 재원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교육교부금 개편 문제는 현재 교육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기획예산처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내국세와 연동된 현행 교육교부금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교육부는 교부율 20.79%는 유지하면서 사용처를 초·중등교육 중심에서 영유아와 고등교육 분야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이 교육재정의 안정성을 허물고 교육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회장은 "교육교부금 문제가 어떻게 결론날 지는 모르지만 고등교육 기관도 초중등 교육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교부금 제도가 필요하다"며 "초중등 교육에는 충분한 돈이 투입되고 있으므로 올해 72조원 기준 초과분에 대해서는 교육 전반에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고등교육 재원은 여전히 한시적 지원 구조에 머물러 있어 구조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현재 구조로는 미래형 대학으로의 전환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교협은 전국 197개 4년제 대학 협의체다. 그는 "80% 정도가 사립대이며 기본적으로 등록금에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데 17년 동안 등록금이 동결되며 어려움이 많았다"며 "그나마 규모가 좀 큰 대학은 상황이 낫지만 생존이 쉽지 않은 대학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대학 총장 75%는 지난해 조사에서 향후 5년간 대학 재정 상태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그 이유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관리 운영비 증가를 꼽았다.
이 회장은 "인공지능(AI) 전환과 융합교육, 글로벌 경쟁력을 얘기하면서 재정 기반이 취약하다면 이는 개별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라며 "재정지원 사업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고등교육 재정 구조의 근본적 재설계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재정 운용 활성화를 위해 대학에 대한 과세 제도 개편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예를 들어 교육용 토지 및 전기 요금 과세 합리화 등 세제 개선을 하면 재정지원사업을 통하지 않더라도 대학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현재 지방세 감면의 핵심 쟁점인 '교육사업에 직접 사용'은 지나치게 물리적, 시설중심적인데 대학의 현실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해서는 "서울대 몇 개를 만드는 것보다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를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국가 지원을 받는 10개 대학만 살리는 게 아니라 해당 대학이 앵커 대학이 되어 지역에 있는 중소 규모 대학을 아우를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기본 취지에 맞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도권 연구 중심 대학과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상당수 거점국립대 교수들이 서울 내 다른 대학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가 대학원생이 없어서 그렇다"며 "아무리 돈을 많이 투자해도 대학원생이 없는데 연구가 되겠냐"고 반문했다.
이 회장은 "서울 내 다른 큰 대학과도 연합해서 대학원 공동프로그램을 운영한다던가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거점국립대가 앵커 대학이 되어 지역 작은 대학을 살리고, 수도권 큰 대학과 연구도 같이 하면 또다른 고등교육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신입생 선발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대입 제도는 우리 사회가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보여주는 '교육의 나침반'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 대학의 자율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학생 선발을 한다고 하면 공정성이 훼손될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율권을 준다고 그런 식으로 처리할 만한 대학은 많지 않다"며 "공정을 해칠까봐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 건 진보할 수 없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야말로 어찌 보면 1번에 평생 공부 결과가 결정되는, 비합리적이고 공정치 않은 시험일 수 있다"며 "최근 수능 절대평가 전환 얘기가 나오지만 대학 자율권 없이 그냥 절대평가만 하면 다른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대입 방향은 대학 자율권을 주고, 대신 문제가 생기면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 된다"며 "지금은 AI라는 툴이 있는 만큼 평가에 있어서도 상당히 공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언어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최근 배재고등학교 5·18 조롱 응원, 걸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의 '무섭노' 등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혐오 발언 논란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이 회장은 "언어는 문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물 흘러가듯 놔둬야 한다"며 "혐오 표현은 따지고 보면 어느 시대, 사회나 다 있었지만 옛날에는 동네 친구를 벗어나지 못한 거고 지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영향력이 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시적인 문화 현상이고 인간이 통제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며 "'~~노' 발언 논란도 사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썼을 말인데 최근 논란으로 더 문제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청소년들이 잘못된 말을 하면 교육은 시켜줘야 하지만, 그들 커뮤니티 안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쓰는 말도 있다"며 "그런 경우 성인이 되면 대부분 스스로 바뀐다"고 덧붙였다.
▲1959년 ▲서울 우신고 ▲한양대 영어영문학과 ▲미국 미네소타 언어학 석·박사 ▲한양대 교수 ▲교육부 국제화 인증위원회 위원장 ▲수능 영어과 출제위원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한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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