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원조' 日의 굴욕…로보택시 한 대도 없는 나라 됐다

기사등록 2026/07/18 06:23:00

2021년 레벨 3 세계 최초 출시했던 일본, 현재 상용 로보택시 '전무'

생성형 AI 혁신 늦어지며 미중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서 철저히 소외

닛산, 뒤늦게 영·미 테크 기업과 손잡았으나 '단순 조립사' 전락 우려도

[서울=뉴시스]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우버(Uber)와 함께 아이오닉 5 로보택시를 이용한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모셔널 아이오닉 5 로보택시에서 하차하는 승객 모습.(사진=현대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서이현 인턴 기자 = 세계 각국에서 자율주행 택시가 속속 상용화되고 있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단 한 곳도 운행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자율주행 시장을 주도하는 사이 일본은 '자율주행 후진국'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동유럽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는 지난 4월 유럽 최초의 상용 로보택시 서비스가 시작됐다. 크로아티아의 연간 신차 판매 대수는 7만 대로, 일본의 6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작은 시장이다.

이런 나라에서 로보택시 상용화가 가능했던 것은 미국과 중국 기업의 힘이었다. 운행은 현지 스타트업 베르누이가 맡았고, 자율주행 기술은 중국 스타트업 포니 AI(Pony.ai)가, 차량 호출 서비스는 미국 우버 테크놀로지스가 지원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미국과 중국 기업이 손잡고 전 세계 최소 30개 도시에서 로보택시가 상용화됐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중동과 유럽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반면 일본은 여전히 '제로'다.

한때는 일본이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했다. 혼다는 2021년 제한된 조건에서 시스템이 운전을 대신하는 '레벨 3' 차량을 세계 최초로 출시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 중인 웨이모 차량.(사진출처: AP) 2025.12.11.
이후 자율주행 업계는 '겨울 시대'를 맞았다. 막대한 개발비를 쏟아붓고도 실용화에 필요한 성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이 잇달아 사업을 접었다.

이 흐름을 바꾼 건 생성형 AI의 등장이었다. 실제 주행 데이터에 AI가 만든 데이터를 더해 학습시키는 방식이 가능해지면서,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도 대응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미국 테슬라와 중국 기업들은 AI부터 서비스까지 두루 손을 뻗쳤지만 일본 기업들의 대응은 굼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경영난을 겪던 닛산자동차였다. 지난해 9월 닛산의 전기차 '아리아'는 도쿄 신바시 고가도로 아래와 긴자 번화가에서 자율주행 시연을 선보였다. 교차로 우회전과 차선 변경, 보행자 대응까지 무리 없이 해냈다는 평가다.

전환점은 영국 스타트업 웨이브 테크놀로지스의 AI 시스템 도입이었다. 웨이브에는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하고 있다.
[요코하마=AP/뉴시스]일본 요코하마시 소재 닛산자동차 본사의 모습. 2025.11.06.

닛산은 올해 하반기 웨이브, 우버와 손잡고 도쿄에서 로보택시 시험 운행에 나설 계획이다. 이반 에스피노사 닛산 사장은 "자율주행이 일반화될 수 있다"고 밝히며, 중장기적으로 신차의 90%에 AI 자율주행 기능을 넣기로 했다.

다만 이런 선택이 닛산에게 기사회생의 발판이 될지, 궁여지책에 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테크 기업에 기대면 시장 출시를 앞당기고 투자 부담도 줄일 수 있지만, 부가가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단순 '조립업체'로 밀려날 위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닛케이는 자체 AI 기술만으로 세계 시장과 겨룰 수 있는 일본 자동차 제조사는 없다고 짚었다. 지적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포함해 테크 기업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기민하게 움직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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