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유가족·생존자·목격자까지 조사
참사 장소 다시 찾을 때 불안해지는 현상도 연구
1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0·29이태원참사 피해구제추모지원단은 최근 '10·29 이태원참사 장기추적연구(R&D) 설계 및 기획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지난 5월 '10·29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 개정으로 국가는 이태원참사 피해자를 대상으로 중·장기 추적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갖게 됐다.
이번 용역은 본격적인 장기 추적조사에 앞서 조사 대상과 방법, 운영 체계 등을 설계하는 기획 연구다. 정부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장기간의 추적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 대상은 유가족과 생존자뿐 아니라 현장 목격자와 민간 구조 참여자까지 포함한다. 연구진은 약 100명을 대상으로 예비조사를 실시해 참사 발생 4년이 지난 현재의 정신건강과 일상 회복 수준을 파악하고, 장기 추적조사에 필요한 조사 항목과 방식을 설계할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참사 직후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수년 후에 나타나는 지연성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 장기 후유증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 증상뿐 아니라 사회생활과 직장 복귀, 일상 회복 과정까지 함께 추적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분석한다.
기존 재난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장소 기반 트라우마'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를 다시 찾거나 비슷한 환경에 놓였을 때 공포와 불안이 재현되는 현상을 분석하고, 참사 이후 사회적 고립이나 주변의 시선이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본다.
유가족과 생존자,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도 진행한다. 그동안 지원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어려움과 추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고, 일상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도 함께 들여다볼 예정이다.
조사 과정에서 자살 위험 등 긴급한 개입이 필요한 참여자가 확인되면 국가트라우마센터 등 전문기관과 즉시 연계하는 체계도 마련한다.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설문조사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보건의료 데이터를 가명 처리해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신건강 의료 이용과 치료 경과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연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장기간 이어지는 추적조사 과정에서 참여자의 중도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사 방식도 설계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 추적조사의 표준 모델을 마련하고, 재난 피해자 지원 체계 개선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등은 장기 추적 연구를 진행해왔지만, 이태원 참사는 올해 특별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이번에 기획연구를 추진하게 됐다"며 "의료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연구 설계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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